알람브라를 떠나며

by 차거운

나는 세상의 주인이 아니다

또한 알람브라의 주인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머물렀다 떠나야 하는 나그네다

세상에서도 또한 이곳에서도

나의 집은 여기서 멀리 있다

돌아가서 이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살게 한다 많은 사람과

많은 장소와 많은 햇살과 바람과 물결들을

그리워하며 사는 것이 나의 운명이요 몫이니

오기 전에는 상상 속의 장소였으나

달에 발 딛고 돌아온 우주인처럼

알람브라 궁전의 흙길을 밟으며 걸어 나오는 지금의 나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그리움의 살결을 기억한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풍요로울 것이며

아름다워질 것이니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보람 있는 일이다

그리하여 날마다 좋은 날이니 사랑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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