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나스르 궁전

by 차거운

이슬람 건축에는 형상이 금지되어

기하하적 문양과 글자가 아라베스크라는 양식을 이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스르 궁전에서 보니

아름다워라 기의를 놓친 기표들이

다 저마다의 이유와 논리가 있겠지만

이 궁전을 떠나며 눈물을 흘렸다는

그라나다 왕조의 마지막 왕의 사연도 그렇고

모든 장소에는 자신만의 기억이 있어

사람들을 울컥하게 하는 것이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생각하며

방금 긴 옷자락을 끌며 문지방 너머 사라진

여인의 체취를 찾아다니다

창틀에 작은 새 한 마리

알아듣지 못할 방언으로 노래하고 있다

지나간 삶은 기억 속에 있고

다가올 삶은 희망 속에 있으니

지금 나의 눈은 시간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누가 나를 기억할까 기억해 줄까

어떤 사랑이 나를 구원할 것인가

어떤 노래가 나를 위로할 것인가

사라진 왕과 왕후와 내시들

저 밖의 누추함과 이곳의 화사함

영혼의 반은 헐벗었고 영혼의 반은 풍요롭다

세상은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나의 기억보다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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