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까르투하 수도원의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면서
희망의 유통기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조용한 곳에서 생을 마감한 수도사들의 생애를
텅 빈 고요 속에서 떠올리며
침묵이야말로 가장 웅장한 찬양일 수 있고
제 자리에 머묾이야말로 가장 멀리 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부산스러운 삶의 소음 속에서 멀리
떠나온 영혼들의 속삭임을 듣는 이 순간
아름다움은 저 그림 속에
저 하얀 대리석 속에
저 성화 속의 형태와 색채와 반사된 빛 가운데
기도가 되어 머물고 있다 세상은 거센 파도에 시달리지만
세대와 세대를 잇고 이으며
희망의 다리를 놓던 영혼들의 부지런함에 대해서
기억해야 한다 삶은
여백 속에 스스로 드러나는 법
두 손 모으고 세상이 제 길을 가도록
우리가 길 잃지 않도록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