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힐리아나 고양이

by 차거운

스페인 남부 지중해 가까운 프리힐리아나

골목에 고양이 한 마리 사진기에 낯을 가려 뒷모습만으로

참치캔 하나라도 주면서 자세를 잡으라고 해야지용! 토라져서

도도하게 곁을 주지 않네 햇살은 반만 비치고

쥐구멍이라도 노려보고 계신 것인지

돌빛과 털빛이 비슷해서 머리가 언뜻 없는 것처럼

그렇게 보이는 이 상황 속에서

이 순간 이 좌표 위에서의 조우란!

우리 헤어지면 제 갈길 갈 텐데 아쉽게도

아름다운 순간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네가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내가 장자인지 나비인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너는 도약을 앞두고 있는 탄력적인 생명이요

나는 영혼이 뛰어오르기를 바라는 꿈쟁이란다

프리힐리아나 온통 흰 빛으로 가득한 작은 도시에서

흰 꽃 너머 우두망찰 앉은 저 노란 고양이

간송 미술관에서 본 어떤 그림처럼

병아리 한 마리라도 물고 있는 것인지

저 빈틈없는 도사림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나는

마음 한 구석이 가렵다 왜일까?


이전 03화믿는 대로 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