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라를 떠나기 전날 만성절, 그리고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날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죽은 자가 산 자에게 길을 가르쳐 구원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어 왔기에 오랫동안
어제는 너, 오늘은 나, 그리고 내일은 네가
그 길 위에 서리니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란
약하고 약한 인간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나니
그라나다 성당의 성모님을 모시고
길게 행렬을 지어 움직이는 이 사람들의 무리
믿음이 잠든 것도 아니고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 밤이다 나그네로 타국에 와서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살아왔으며 살고 있는지
알게 되는 이 순간에
바다의 별과 같은 당신에게 마음을 기울여
탄원하는 목소리들 몸짓들
세상 모든 갈래의 언어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너희가 믿는 대로 이루어질지니
희망 없이 이 먼 길을 어찌 떠날 수 있으랴
내일은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