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다리

by 차거운

론다의 누에보 다리에서 현기증을 느끼면서

사람들은 왜 저토록 높은 곳에 올라서려 했을까

독수리가 절벽 위에 둥지를 틀듯

관악산 연주암과 달마고도의 도솔암을 떠올렸지

외부와 내부의 적으로부터 격리되기 위해서

아니면 깊은 협곡으로 갈라진 두 마을을 잇기 위해서

아무튼 다리는 이곳과 저곳을 잇는 것이 본성이니

우리들의 삶이 저 다릿발처럼 튼튼해서

아무도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했으면 좋겠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삶을 갉아먹으며 살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살을 내어주면서 산다는 것

무너뜨리는 자가 있고

세우는 자가 있으니

헤밍웨이와 투우사들의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발걸음이 뒤섞여 흐르는 이 협곡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생각하다가

그 소설과 시인을 줄줄이 떠올리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꿈 하나를 생각했다

이곳 머나먼 론다에서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생각했다 거기 오래 있어야 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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