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것들이 부딪쳐 아름다운 섬광을 흩날릴 때가 있다
극지의 오로라처럼 빛 알갱이들이 대기와 마찰하며 빛나고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가난한 이의 기억에서 잊힌 잔고처럼
그렇게 풍요로운 불티를 날리는 시간이 있으니
나는 그대를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춤을 모르지만 이 곡조에 따라 몸을 흔들 수 있을 것 같으니
낯선 거리 낯선 얼굴들이
내가 나고 자란 고향 사람들의 모습처럼
둥글어지는 그런 순간이
일가붙이처럼 정다워지는 그런 순간이
그래 그런 거지 당신도 그렇군
탱고를 추는 나이 든 여인의 시든 육체가 다시 젊음을 되찾고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혹은 기타가
북 장고 피리 꽹과리처럼 들리는 순간이 있으니
몸은 고요한데 유체이탈한 나의 영혼이
어깨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나른하게 하느작이는 이런 순간이 있어
무장해제된 병사의 총구에 꽂힌 장미 한 송이처럼
위태로운 신명이 내게는 있다
언제 한 번 자의식도 없이 뉘우침도 없이
저 거리의 음악에 맞춰 눈물 흘리며
거짓 없는 몸짓으로
춤출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모자 위에 쨍그랑 한 닢의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나는 나의 영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