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가 늦가을로 접어드는 리스보아
마르케스 데 폼발 광장에 꽃을 피우고 서 있는 저 나무는
잎도 없이 목련처럼 붉게 타오르는
꽃의 횃불을 휘감고 소신공양하듯 그렇게
햇살 아래 스스로를 태우고 있는
이름 모를 저 나무를 바라보며
환한 슬픔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어디에든 뿌리 박혀 살면서
자신만의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쓸쓸한 영혼들을 생각했다
빨간색 시티투어 버스들을 지나쳐
이 도시에서 정말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저 나무뿌리에 숨어 잠자고 있을
매미 유충과 땅강아지와 두더지와 지렁이들을
떠올렸다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 뒤에 숨어 있을
방금 지나쳐온 노숙자의 웅크린 자세와
그 깊은 잠을 생각했다 어디에도
천국은 없고 말갛게 우려낸 멸치육수같이
심심한 맛의 일상이 있을 뿐이라고
그래도 겨울의 잠에 들기 전에 남은 미련
붉게 태우고 있는 저 나무처럼
정갈한 촉루로 남아 심판의 나팔소리를
기다리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