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 벨렝탑

by 차거운

암흑물질이란 게 있다지 우주의 보이지 않는 힘과 무게

장자의 무용지용이란 이야기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도

푸니쿨라 탈선 사고로 죽은 관광객들의 기억

로마 트레비 분수에서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 인산인해

하여 생각해 본다 시선에도 무게가 있고 촉수가 있다고

오버 투어리즘이라고 말할 때마다 세계의 이름난 명소들이

앓고 있는 몸살을 생각한다 오죽하면 저 벨렝탑도

붕대 같은 비계를 뒤집어쓰고 개점휴업 파업에 들어갔을꼬

스토커들처럼 파파라치처럼 몰려드는

여행자들의 눈길에 쓸리고 쓸려 허물어진 생채기를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면서 반성한다

나도 너를 아프게 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래

고백한다 무너진 푸니쿨라의 혹사에 책임이 있고

새벽 배송으로 스러진 과로사한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질식한 노동자들과 무너진 건물들의 철근과 안전 불감증과

무신경한 눈길로 스쳐 지나간 모든 순간들 앞에서

생각 없이 이리로 저리로 쓸고 쓸리면서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살고 있음을

그리하여 본질에 가 닿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곳곳에 공사 중인 나라를 지나가면서

성찰하는 것이다 어느 날 벨렝탑을 스쳐 지나면서

나의 이 발걸음은 하여 얼마나 가벼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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