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스 강에서 바다로 열린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저 탑은
대항해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이 이들을 바다로 떠밀었을까
십자군 전쟁은 예루살렘 성지를 목표로 하고
왕은 영토와 신민과 황금을 위해서
상인은 더 많은 이윤과 지상의 부를 꿈꾸며
군인은 명성과 지위와 성공을 위해서
바다로 바다로 달려갔겠지
새로운 땅과 사람과 지식이 산해경처럼
마르코폴로의 견문록처럼
하멜의 표류기처럼
과장되거나 왜곡되거나 뒤섞이면서
물로 이어진 세상이 하나의 공과 같다는 걸
알게 되었겠지 세상 여기저기에
모험과 용기와 비겁과 잔인함과
탐욕과 공명심과 공감과 연민이
뒤범벅이 되어 오래 발효하면서
하늘의 길과 땅의 길과 바다의 길이 맞물리면서
작은 세상임을 그러나
유일한 세상임을 깨닫고서 만화경 같은 호기심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갔음을 여기서 확인하는
지금 이 순간 거대한 원의 시작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