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에게 말했다

by 차거운

금목수화토 오행의 하나인 나무가 말을 하는 순간이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신령스러운 나무들이 세상에 있어

바오바브나무 어린 왕자 겨우살이 성황목

오래된 것들은 살아 있고 지혜로운 존재처럼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인디언들의 생각처럼

마리아 루이사 공원의 이 나무는 몇 년의 세월을 살았던 것일까

정이품송처럼 진중하고 유산을 받은 나무처럼 의젓하니

뿌리가 땅 위로 솟구친 것인지 손가락뼈처럼 땅을 더듬으며

사방으로 촉수를 뻗은 것인지

다른 나무들과 흙 속의 생명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살아온 것일까

곁을 지나가는 나그네인 내가 한 수 청하는 자세로

길게 읍하며 섰노라니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니 어서 가라네

별들은 하늘의 문장이요

산과 강은 땅의 문장이요

언어는 인간의 문장이니

저 한 그루 나무에 새겨진 세월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문장이 숨어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 닫힌 문장의 의미를 해독할 수 있게 되는 날까지

구름과 바람과 바위와 나무와 물의 언어를

배울 수 있게 되는 날까지 살게 되기를!


이전 13화세비야 스페인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