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스페인 광장

by 차거운

마리아 루이사 공원과 마주 보고 있는 세비야 스페인 광장은

욕심 많은 아이가 팔을 잔뜩 펼쳐

장난감을 가득 안고 있는 것처럼 긴 회랑을 지니고 있으니

여기서 사물놀이패랑 남사당이랑 한껏 불러

신명 나게 한바탕 놀아나봤으면 싶다

고요한 종갓집 앞마당의 적요함처럼 비어 있는 저 공간을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춤으로 가득 채워

산다는 것의 환희로움과 때때로의 절망과 구질구질함과

지상의 양식의 허허로움과 갈증을

화끈하게 한번 쥐불놀이하듯 태웠으면 싶다

소리 질러!

방방 뛰며 경쾌하게 그렇게 사뿐하게 그렇게

광장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축제의 열기로

영혼이 그을릴 때까지 활활 그렇게

신명 나게 한 판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오리 삼 형제 머리를 꺄웃거리며 뒤뚱거리며

내 앞으로 막아선다 분수대에 물이 없다고

목마르다고 트레비 분수로 가는 길을 묻는다

로마로 가야겠다고 더 나은 삶을 찾아서 그렇게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저 오리들에게 길을 묻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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