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그림의 덧칠된 모습이 깊은 여운을 드리우듯
삶에는 세월의 무게 그 자체가 진실을 전하는 순간이 있다
엑스선으로도 투과하지 못하고 발견할 수 없는
그런 마음들이 있다 세비야 황금제단
금박으로 덧씌워진 성서의 이야기들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까막눈도 열리게 하고
말할 수 없는 자와 들을 수 없는 자에게도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찬란한 빛으로
가랑비에 젖어드는 옷자락처럼 마음을 물들인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함이 옳겠으나
말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 없는 마음들도 있고
보지 않고서 믿는 이는 행복하겠으나
무언가에 기대어 서고자 하는 인간의 약함을 생각하니
세상에는 뛰어가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
기어가는 사람 구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매달리지 말고
천 개의 강에 두루 비친 달그림자 보라
당신은 누구신가요?
벙어리가 말을 하고 앉은뱅이가 달리고
눈먼 사람이 눈을 뜨고 죽은 자가 살아나는 것을
저 제단의 그림들이 말하고 있다면
너는 나를 누구라고 믿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