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에서 포르토로 이동하니 밤이 깊었다
낯선 도시는 새침한 소녀처럼
아줄레주 장식으로 꾸며진 골목 성당의 닫힌 문 뒤에서
가만히 엿보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다
11월의 가로등은 아직 따사롭고
벌써 네온사인 장식이 허공에 떠 있으니
지팡이를 숨긴 마법사들이 거리의 불빛을
거두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 주석처럼 달린 상상력으로 버무려진 이야기인지도 몰라
꿈 없이 산다는 것은 너무나 가난한 삶이니
오늘은 마제스티 카페에서 기억의 마법 한 잔을 하고
순수 혈통이 아니라고 머글들을 박해하는
근본주의 마법사들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써야겠다
이토록 많은 허공과 미로와 골목들 사이로
기억들은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렇게 되뇌다가
전혀 아름다운 그대의 손을 잡고
꿈으로 접혀 자꾸만 거대해지는 호텔에서 잠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