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대성당 첨답에 올라
구름 낀 하늘 아래
도루 강을 가로지른 동 루이스 다리와
그 너머 수도원과 모루 정원의 원경을 바라보노라면
왜 평화로운 날들이 축복인지 알 것만 같아
국경들이 닫히고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고
두려움과 적개심과 피와 오줌과 땀이
뒤범벅이 되었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이야기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오시비엥침의 살 타는 내음 너머
영화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풍경들이
가자와 우크라이나와 수단과
잊을 만하면 불쑥 나타나서 총을 난사하고 사라지는
외로운 늑대와 개의 이빨들
숭고한 명분도
격렬한 정의감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혁명의 열기도
다 내려놓고 고해성사를 하고 나와서
저 풍경을 바라보라고 그냥 그렇게
바람은 불고 전차는 굴러가고
강 위에 배가 떠 가는 그런 어느 흐린 날 포르투에서
시간이 우리를 지울 때까지
오래도록 그렇게 서서 바라보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