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마드리드에서의 하루를 허락한다면
나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그 시간을 보내리라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장소라서
남은 거라곤 이 사진 하나뿐인데
표를 구하려고 일찍 갔다가 잘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쉬워서 뒤돌아보다가 찍은 사진인데
제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의 허기는 슬프고
시녀들의 모습은 작은 인형들 같아
고야의 그림 '옷 입은 마야'와 '옷 벗은 마야'는
나란히 놓여 그 차이를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그 외에 많은 그림들이
자꾸만 옷깃을 잡아 붙들며 매달리지만
배가 고파서
다리가 아파서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돌아서서 오는 길
그 아쉬움 때문에 누가 나에게
마드리드의 하루를 선물로 준다면
밥 든든하게 먹고 튼튼한 다리로
하루 내내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