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남유럽 3개국 여행일기

-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남부투어 2일 차)

by 차거운

산 세베리노의 숙소를 떠나 나폴리 항으로 가서 카프리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아침 항구의 불빛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물에 반사되어 인상파 화가의 그림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아침 일찍 카프리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섬에서 일을 하는 통근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카프리의 전력과 물 등은 가깝게 마주 보고 있는 소렌토에서 해저 관과 선로를 통해서 공급된다고 한다. 제주 한림의 비양도처럼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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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에 내려서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하루 종일 질척거리고 바람이 분다. 그렇지만 처음 상륙했을 때는 오히려 조금 나았고 섬에서 나올 무렵에는 비가 더 많이 내렸다. 그래서인지 섬에서 보려고 하던 최대치의 활동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우선 푸른 동굴에는 접근 금지령이 내렸고 카프리에서 아우구스투스 정원을 좀 보고 젤라토가 맛있다는 집에서 비를 피할 겸 사서 먹고 아나 카프리로 올라가서 리프트는 포기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관광지의 레스토랑에서 무려 250유로 가까운 돈을 한 끼 식사로 지출하게 되었다. 물론 8명이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1인당 30유로 정도가 넘는 식사는 여기서도 센 편이다. 음식을 시키는 요령이나 식사에 대한 적절한 감이 아직 오지 않아 좀 과다 지출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또한 여행에서 경험의 누적을 통해 극복해야 할 서투름의 한 측면이라고 이해하자. 우선 언어 소통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힘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한다. 뭔가 지나치게 비용을 쓴 것 같은 느낌과 현지 종업원의 뭐가 문제야라는 표정 사이에는 상당히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의 지갑은 지니에게 채워달라고 할 수 있는 종류의 그 무엇이 아니기에 당혹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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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와서 배를 타고 가면서 1인당 213유로의 지불금 중에서 44유로인가를 환불해 주기로 되었다. 우리 가족은 그 비용을 전체 공동 비용으로 고스란히 모으기로 하였다. 어쨌든 카프리 섬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으니 되얐다. 로마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나름대로 1박 2일 동안 아름다운 아말피 해변과 흐린 카프리 섬을 그 모습 그대로 보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고 삶에 평화를 이끌어 오리라 믿는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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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갈레스 호텔 그 자리에 도착하니 역시 파올라 수녀님과 처형이 마중을 나오셨다. 이 남부 1박 2일 투어는 1인당 비용이 70만 원 정도인데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고 스스로 모든 것을 찾아서 해결한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볼 수도 있다. 젊은 친구들은 그게 더 좋을 것도 같다. 스스로 만드는 경험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 숙소에 도착해서 내일은 다시 피렌체로 가야 한다는 것을 숙지하고 식사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 무려 테르미니 역에서 아침 6시 55분 출발이다. 일흔의 나이 주변에 있는 형님 내외분들이 힘드시지 않을까 걱정이다. 파올렛따 수녀님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을 한다. 서울 집에서보다 더 많이 먹는다. 이런 나를 두고 수녀님 처형이 스페인 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그때 가면 또 그대로 살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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