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베네치아 여행 3일 차)
사실 베네치아에는 이미 다녀오신 처형들이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내외를 포함해서 초행길인 사람들이 있어 들어가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숙소에서 짐을 챙겨서 퇴실을 한 상태에서 오후 4시 5분에는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야겠기에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본섬에서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장소 몇 군데를 위주로 들리기로 했다. 나머지 상세한 탐방이야 각자 다음 기회에 하는 것으로 할 수밖에 없겠다. 우선 짐을 정리하고 숙소에서 나온 뒤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근처에서 내린 후 역으로 이동해서 짐 보관 서비스를 신청한 뒤에 홀가분한 차림으로 우선 수상 버스 승차권을 끊어서 리알토 다리에서 하선 후 걸어서 산 마르코 성당 앞 광장으로 이동했다. 물론 조금 길을 헷갈리는 바람에 이 골목 저 골목을 다소 헤매었고 그 덕분에 수산시장의 어물들도 우리의 카메라에 담길 수 있게 되었고 거리 곳곳에 대기하고 있는 곤돌라와 갈매기 등이 건물들의 알록달록한 풍경과 어울려 있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선 점심을 먹는데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지다 보니 해물 리소토, 생선 튀김, 해물 빠에야, 생수 등을 시켜서 먹고 계산하니 무려 272.55유로였다. 물론 9명의 식비이니 나눠야 하지만 1인으로 계산해도 30유로가 넘는다. 한 끼에 5만 원 정도의 지출이니 적은 것은 아니다. 날마다 이렇게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여행은 돈을 왕창 쓰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산 마르코 성당 내부를 보려고 입장권을 끊으려고 다녀보아도 도대체가 표를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어렵게 어렵게 수녀님 처형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상으로 표를 구해서 성당 내부를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오면 사찰 구경이 많은 것처럼 유럽에서는 성당 구경이 관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가톨릭 신자니까 성지 순례한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합리화해야 할까. 문화재에 대한 혹은 예술에 대한 탐색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보기 싫으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안 봐도 될 자유는 있으니까.
성당을 보고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간식도 먹다 보니 어느새 로마행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서둘러 수상버스를 타고 역 앞 정거장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기차에 타서 무거워진 다리를 쉬게 하면서 3시간 넘는 시간을 달려 테르미니역에 도착하니 역시 파울라 수녀님이 여든넷의 노구로 가볍게 차를 끌고 마중을 나오셔서 베네치아 여행이 어땠는지 처형과 이야기를 나누신다.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감탄이 교차하는 마음이다. 어찌 저렇게 해맑고 정정하게 늙으셨을까. 물론 운전 중에 무리하게 운전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름대로(?) 큰 목소리를 내실 때도 있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그것조차 다 덕담으로 들릴 뿐이다. 주님, 좋지 않은 말들은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되게 하소서. 그러면 우리가 잘못을 저지를 유혹의 반은 줄어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멘. 숙소에 도착하니 천사 같은 파올리타 수녀님이 밥과 소고기뭇국, 된장국을 준비해 놓으셨다. 아 이 얼마나 그리운 밥이던가! 온갖 축복이 파올리타 수녀님을 감싸기를 기도합니다. 이로써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벗어나 진행되는 모든 일정이 마무리가 되었다. 내일부터는 오로지 로마 시내에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자세히 또 대강 보고 후일을 기약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