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그라나다 1일 차)
호텔 산트 안토니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먹은 후 시간이 있어서 가까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가서 근처 호수가 있는 공원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깨어 움직이기 전의 도시의 풍경과 성당의 모습을 마음에 차분히 음미하며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여기를 올 수 있을지 기약은 할 수 없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 이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삶을 풍요롭게 장식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들고 에스파냐 광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는 했지만 하차 지점을 놓쳐 당황하다가 지도 앱을 따라 그럭저럭 길을 찾아서 공항버스를 탈 수 있었고 엘프라트 공항에 도착해서 발권을 하고 수하물을 부치고 검색을 마친 후에 탑승 대기 공간으로 들어가서 쉬다가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탑승해서 그라나다로 이동했는데 비행시간은 약 1시간 정도이니 김포에서 제주 정도 가는 거리라고 생각한다. 항공사는 부엘링 항공인데 이 비행기 탑승권 예약과 관련하여 소위 멍청 비용이라는 것을 치른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입맛이 쓰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 나름대로 저렴한 항공권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내가 검색하던 날짜의 것이려니 하고 구매를 했는데 웬걸 다른 날짜인 것이었다. 그래서 취소를 하고 날짜를 변경해서 새로 구매하려고 하니 원래 결제한 금액은 고스란히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결국 2배의 비용을 치르고 구매한 셈이니 속이 쓰릴 수밖에.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날짜와 시간 등을 잘 고려해서 구매를 해야 하고 저가 항공의 경우 취소, 환불 시 전액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확실한 일정일 때만 구매해야 함을 배우는 그런 경험이었다.
그라나다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버스는 불편해서 타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택시를 이용하려고 대기하는 손님이 많아서 시내로 들어오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저 멀리 눈에 덮인 산들이 보이기에 기사님께 물어보니 저것이 바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라고 한다. 오, 미국에도 같은 지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유럽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명을 현지에 붙여서 향수를 달랜 것이 아니겠는가. 음식이나 문화도 자기가 살던 곳의 익숙한 것을 이식하듯 옮겨 갔을 것이다. 그래서 똑같지는 않아도 유사한 문화가 이주 공동체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변형되고 새롭게 변화되기도 했으리라.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가 그렇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면서 시내로 들어왔다.
숙소인 카탈루냐 그라나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시간이 있는 관계로 걸어서 그라나다 대성당까지 이동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라나다 카드를 실물로 교환했다. 또 향신료 가게에서 주부의 감각을 발동해서 아내는 향신료와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한식당 최밥에서 저녁을 삼겹살로 먹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주인은 한국인인데 스페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바올렛따 수녀님 덕분에 한식을 저녁마다 한국에서처럼 잘 먹었는데 따로 다니다 보니 우리 음식이 그립기만 하다. 그래서 자꾸 한국식당을 검색해서 갔다가 제대로 된 곳이 아니고 중국인들이 하는 것 같은 애매한 맛 때문에 아내에게 지청구를 듣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최밥은 제대로 된 한식을 하는 것 같아 좋았다. 특히 다음날 먹은 김치찌개는 밥을 두 공기나 먹도록 만들어서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한 셈이다. 그리고 이날이 핼러윈이라 식당이나 거리 공원마다 핼러윈 복장을 한 현지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를 형성하며 흥청거리고 있어서 우리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작은 공원에는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놀고 있었고 그 부모들도 모두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이웃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람 사는 풍경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