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30일 목요일(몬세라트 투어, 바르셀로나 3일 차)
오늘은 현지 투어 상품으로 예약해 둔 몬세라트, 시체스 투어를 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전날 도시락으로 대체해 달라고 신청을 해서 아침에 받아 들고 전철을 타고 집결 장소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서 투어 버스에 올랐다. 전날 몬주익 전망대에서 만난 모녀도 있어서 말을 걸었더니 그분들도 우리를 어제 만난 적이 있다고 인사한다. 모녀지간에 여행을 하시느냐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외국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흔한 일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들이 외국에 많이 드나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살림살이가 많이 좋아진 것이고 나름대로 국가적 위상도 올라간 결과라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생각하게 된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지나서 사진에서 보았듯 특이한 생김새가 인상적인 몬세라트 봉우리를 보게 되고 조금 뒤에 주차장에서 하차한 후에 수도원과 성당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도 사람들이 참 많이 모이는 장소 중의 하나다. 이러한 현지 투어 상품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오는 도중에 가이드가 카탈루냐 지방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스페인 중앙정부와 빚는 독립 지향의 경향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고 카탈루냐어가 독립적으로 유지 계승되고 있음도 알게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또한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경이로운 도시’를 떠올리며 바르셀로나가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도 떠올려 보았다. 지리적 지식에 인문적 서사가 결합되면 역사적인 맥락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개인에 대해서든 어떤 사회나 국가에 대해서든 신중하고 인내심이 있게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피상적으로 바라볼 때는 많은 진실이나 참된 면모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그림 한 점에도 얼마나 많은 역사적 맥락이 얽혀 있는 것인가 말이다.
우선 몬세라트 대성당에 들어가서 내부를 본 후 이와 별개로 검은 성모상을 향해 연결된 통로를 따라가서 성모상에 손을 대고 우리의 여정을 돌보아 주십사 기도를 했다. 교종 프란치스코가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님께 봉헌한 황금 장미도 볼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신의 가호를 필요로 하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다시 내려와서 자유 시간을 2시간 정도 주기에 우선 시식권을 이용해서 빵 한 조각을 받고 시식용 술을 맛보았다. 도수가 꽤 높은 것 같았다.
푸니쿨라를 타고 편도로 정상 가까이 우선 올라간 다음 그 주위의 다양한 방향에서 몬세라트 산의 다양한 풍광을 일람한 후에 좌측으로 방향을 꺾어 산 미겔 십자가를 향해 걸어오는데 데이터 접속이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터무니없이 먼 거리로 계산되어 당황한 내가 조바심을 내면서 불안해 하다가 아내와 언쟁이 붙어 버렸다. 주저주저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산 미겔 십자가로 보이는 지점이 보여서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호텔에서 조식 대신 싸준 도시락을 거기서 먹었다. 도시락의 구성이 꽤 충실해서 만족감이 컸다.
내려오면서 보자니까 우리가 걱정한 것과 달리 주차장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마음이 탁 놓였고 아내에게 짜증을 낸 자신의 수양 부족을 자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내에 대해서 더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주차장 근처에 내려와서 기차와 케이블카 두 가지 수단으로 여기에 올 수 있다는 여행 안내서의 말에 대해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포개어 놓은 듯한 조형물과 주변의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버스에 올라 시체스라는 해안 소도시를 향해 이동했다.
시체스는 말 그대로 작은 해안 도시로 긴 해안 산책로가 인상적인데 성 소수자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영화와 성 소수자 관련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단다. 젤라토를 먹으면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다가 시내로 돌아와서 처음 탑승한 지점에서 하차하고 안내해 준 가이드와 함께 하루를 보낸 일행이 무사히 자신의 길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헤어졌다. 저녁은 가이드가 소개한 스테이크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지도를 검색해서 잘 찾아갔고 근사하게 잘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경험과 요령이 생기니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일은 드디어 항공편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 그라나다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다. 우리가 들러야 할 7개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도시들 중에서 두 번째 도시가 되는 셈이다. 짐을 미리 대강 준비해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