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남유럽 3개국 여행일기

-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가우디 투어, 바르셀로나 2일 차)

by 차거운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었는데 조식이 깔끔하고 맛이 있게 잘 나온다. 만족스럽다. 과일도 있고 야채도 있고 괜찮다. 구글 지도의 안내에 따라 10분 남짓 걸어가니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설 중인 탑과 크레인이 보여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벌써 모여 있었고 우리는 예매한 입장권을 확인하고 간단한 검색을 받은 뒤에 성당으로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보았던 이탈리아의 대성당과 같이 길고 넓은 내부라기보다는 높게 솟구친 상승감의 역동성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들어오는 빛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내부를 채우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고딕적인 뾰족함이 이 건축에 도입되어 있는 기본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건축에 관해서 문외한이기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이야기는 없지만 왜 사람들이 이곳을 줄기차게 방문하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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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들어서면 단순히 여행자로서 사진 찍고 둘러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로서 잠시라도 앉아서 묵상을 하거나 무릎을 꿇고 간단한 기도라도 하는 자세를 지니려고 했다. 우리는 신자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이 여정이 희년 맞이 성지 순례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기억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국내에서 진행했던 희망의 순례가 여기에서도 계속되어야 함을 잊지 않고 있다. 하느님이 계신 곳에 우리의 마음이 머물러야 한다. 우리는 손님이 아니다. 하느님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하고 방문할 때마다 합당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수난 파사드의 입장권이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데 아주 좁아서 몇 명 타지도 못한다. 올라간 지점에서 두오모 쿠폴라처럼 나선형 계단을 돌아 아래로 걸어서 내려오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성당 외부의 공간에 설치된 조형물과 성상들을 시내 풍경과 함께 바라보는 것이 여기에 올라오는 이유인 셈이다.

내려온 다음에는 10시 30분까지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구글 앱에서 도보로 이십여 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고 해서 최대한 서둘러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경로를 따라 조금 헷갈리면서 어쨌든 구엘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얼추 입장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는 상당히 깔끔하고 살기 좋아 보이는 대도시인 것 같다. 교통 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고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답게 외국인 친화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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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 공원에도 준비한 입장권을 갖고 큐알 방식으로 확인하고 입장하니 비가 약간 부슬거린다. 다행히 우산을 하나 준비해서 왔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고 여행 전에 인터넷과 여행 안내서 등에 나온 장면들을 확인하면서 인파를 따라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고 건물들도 구경하면서 공원을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공원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아 정문 쪽에 있는 도마뱀인지 하는 상징 조형물과 계단을 보고 건물 안에 들어가서 버섯 모양으로 생긴 건물의 내부를 돌아보니 사람이 실용적으로 살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우디를 비롯한 건축가들이 지향한 것이 일종의 모더니즘적인 경향임을 대강 이해할 수는 있겠는데 조형적으로 과감하고 상상력이 뛰어나서 현대적인 감각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언젠가 영화 ‘브루탈리스트’라는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바우하우스의 경향도 어쩌면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건축이란 영역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처럼 인간과 건축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오늘 가우디에 바쳐진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탐색하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구엘 공원에서 벗어나 다시 천천히 걸어서 카사 바트요가 있는 거리(람블라스 거리인가 아닌가?)에 도착해서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길 건너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생리적 현상도 요령 있게 같이 처리했다. 이것이 돈을 절약하는 길이기도 하다. 카사 바트요는 외관부터 도드라지는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가서 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건물을 순환하듯 한 바퀴 돌면서 내부와 외부를 살펴보고 여행 안내서에 기록된 내용들과 비교도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으로 지하 공간에서 입체적 영상으로 보여준 내용들은 마치 미술관이나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선물 코너를 통해 출구로 나오게 하는 것이 건물 하나가 하나의 상품과 기업이 되어 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는 고갈될 염려가 없는 문화적 자원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적 상품이나 매력적인 관광 자원을 많이 보유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호소력이 있는 실제적 허구적 서사와 공간과 물질이 매끄럽게 결합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세계적인 건축물을 단지 규모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창의적인 문화 요소로 만들 수 있어야 하겠다. 이는 한 개인의 노력이나 관 주도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 역량의 총체적인 영향력이 존재할 때 도모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예술과 문화를 존중하고 창의성을 짓밟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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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네타 해변이라는 곳으로 나갔다. 바닷가를 둘러보고 비가 부슬거리는 가운데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을 향해 걸어가서 케이블카에 탑승하여 주변 경관을 둘러보면서 몬주이크 언덕까지 가서 내렸다. 거기서 모녀가 함께 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한국인 두 사람을 만났지만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유명한 올림픽 성화 상징물과 스페인 광장에서 내려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앞까지 올라가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의 연주를 들으며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새삼 느낀 바지만 여행 중에 들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어느 도시에서나 거리 곳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버스킹 장면을 볼 수가 있었다. 바이올린, 전자 기타, 노래 등등 자신의 재능을 거리에서 드러내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는 단순히 돈을 바라고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하루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바르셀로나가 여행자들을 위한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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