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1일 토요일(그라나다 2일 차)
토요일 주말이라 도시가 활기를 띤 것으로 느껴진다. 알람브라 궁전 입장 예약 시간이 9시라서 대중교통으로 헤매다가 늦을 것 같아 택시를 불러서 타고 정의의 문까지 갔다. 거기를 통과해서 알 나스르 궁전에 도착하니 여권과 입장권을 모두 확인하고 시간이 되자 입장할 수 있었다. 알람브라 궁전에 대해서는 듣기는 참 많이도 들었고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연주를 온라인에서 몇 번 듣기도 했지만 집사람은 드라마가 아니냐고 우긴다.(^^)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로마와 한니발의 싸움 이후 로마 영역이 되었고 서로마의 몰락 후 서고트족이 밀고 왔다가 8세기 무렵에는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해서 1492년인가까지 유지되다가 그라나다의 함락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는 정도를 알고 있다. 그 이슬람 마지막 왕조의 터전이 알람브라 궁전인 것이니 사람들이 그런 역사를 잘 알고 여기를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진이나 여행 안내서에서 소개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알 나스르 궁전의 정원과 장식 분수 등은 실제로 보니 꼭 한 번 방문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궁전을 나와서는 알 카사바 성채를 둘러보고 히스페리 정원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말로 상세히 설명할 능력은 없고 찍어둔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려야 할 장소인데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의 가장 큰 목표를 이루었고 그라나다 카드의 일부인 시티버스를 타고 한 바퀴를 돌다가 누에바 광장에서 하차해서 버스를 타고 카르투하 수도원 성당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 점심은 햄버거를 먹었는데 속이 편치 않아서 저녁은 어제 얘기한 대로 한식당 최밥에 가서 김치찌개를 개운하게 먹었는데 밥을 두 공기나 먹을 분량의 찌개를 준다. 신맛이 제대로 우러나는 김치찌개의 정수를 보여준 선택이었다. 나와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지만 그라나다의 이 가게가 앞으로도 번창하기를 바란다.
저녁을 먹고 걸어서 숙소로 오는 길에 보니 만성절 행사로 거리가 가득 메워져 있었고 성모님을 모시고 행진하면서 악대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유럽의 만성절 퍼레이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인데 이런 풍습이나 전통이 모두 종교적인 신앙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그것이 때로는 속화되어 종교적 색채를 많이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 뿌리를 더듬어보면 종교적인 차원에서 비롯된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믿음이란 삶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고 체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살아가는 모든 국면과 상황들이 종교적인 차원과 무관한 것이 아님을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에서의 신앙 따로 일상적 시민으로서의 삶이 따로인 그런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셈이다. 믿는 대로 살고 죽어야 한다. 그것이 정직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