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남유럽 3개국 여행일기

- 2025년 11월 7일 금요일(포르투 2일 차)

by 차거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택시가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골목 안에 숨듯이 자리한 숙소가 포르투 관광의 가장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임을 포르투 체류 둘째 날인 오늘 절실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포르투의 웬만한 명소들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교통비 지출이 없었다. 물론 포르투의 명소들이 대부분 몰려 있고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오붓하고 운치가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와 같은 그런 분위기, 딱히 이거다 할 하나의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것은 없어도 몇 가지 장소들이 서로 연합하여 전체적인 도시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게는 리스본보다 포르투가 더 인상 깊게 남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리스본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두 도시를 비교한다면 포르투가 더 편안함을 주는 장소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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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먹고 우선 지도앱 이용해서 몇 군데 다녀올 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우선 상 벤투역을 향해 가기로 했는데 멀지는 않았지만 여기도 공사 때문에 역 주변을 막아놔서 빙글빙글 돌아서 간신히 역사 내로 들어갔더니 듣던 대로 푸른빛이 주조인 타일 벽화(아줄레주)로 장식된 역사의 벽이 고풍스럽고 이색적이었다. 그 벽화의 내용이 나름대로 이곳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역사 주위에 공사로 인한 가림막이 풍경을 다소 삭막하게 했지만 좌측에 성당인지 성채인지 헷갈리게 보이는 건물이 있어 인파를 헤치고 순응하기도 하면서 따라 들어가니 포르투 대성당으로 밝혀졌다. 성채처럼 보인 것은 성당 윗부분에 성가퀴가 있어서인데 여기에 올라가서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포르투의 시가지와 동 루이스 다리와 도루 강을 조망할 수 있어서 시야가 시원했다. 성당 안에는 역사적 사연들이 깃든 성 유물과 신앙의 봉헌물들이 가득했으니 유럽의 보화는 성당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신에게 봉헌하는 일은 인지상정일 테니 그건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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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빠져나와 사람들의 물결에 순응하며 흘러가니 도루 강을 가로질러 있는 철교로 상하 2단으로 되어 아래쪽은 인도로 윗부분은 전찻길과 도로와 인도가 함께 설치된 동 루이스 다리로 이어진다.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좌우 측의 풍광은 퍽 아름답다. 이제 유럽에도 가을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는 시간의 변화가 맑은 햇살과 바람 속에서도 느껴진다. 이 강은 리스본처럼 바다로 이어지는 것으로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 맞은편에 가면 공원이 있고 수도원 건물로 보이는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좀 전에 우리가 살펴보고 내려온 포르투 대성당의 종탑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 이 공원의 이름이 아마 모로 공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포트 와인의 본고장인 이곳의 와인 저장고도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행 안내서에서 보았다.

다시 다리를 되짚어 나와 클레리구스 성당을 지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관련하여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 못지않은 명소가 되어 버린 렐루 서점으로 걸어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고 서점 측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입장할 사람들을 줄 세워 놓고 질서를 유지하고 인원을 조절함으로써 혼잡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입장료는 1인당 10유로인데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큐알코드를 받으면 된다.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입장권을 구매했다. 사실 지나고 보니 서점에 들어가서 그 독특한 나선형 계단을 올라 2층에서 서점의 내부를 일람하고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오는 것에 비해 입장료가 헐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영화와 책을 통해 친숙한 이야기의 무대 혹은 상상력의 계기가 된 장소 등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케이팝과 케데헌과 같은 문화적 산물이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이라는 글을 통해 무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 빼어난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 것은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적인 이상은 문화의 힘이 탁월한 그런 나라이며 세계의 공통된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렐루 서점 방문에 대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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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방향으로 돌아오면서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제 갔던 식당에서 야채가 많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좀 쉬었다.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아침에 갔던 루이스 다리의 야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우리도 그리로 다시 슬슬 걸어갔더니 강변에는 식당과 군밤 굽는 연기와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연주와 노랫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연인과 지인들이 강변 여기저기에 앉아 지는 해와 강물 위로 번지는 노을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루이스 다리의 야간 조명이 점점 선명해지고 조금씩 사위가 어두워져도 사람들은 분위기에 취해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장비도 독특한 것이 원판이 있고 카메라와 액정이 결합된 기기가 원판과 연결된 채 사방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장치가 있어서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이곳은 이런 거리 공연이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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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다가 한식당을 찾아서 김치찌개를 시키고 집사람은 비빔밥을 시켜서 먹었는데 쌀이 장립종이라서 양이 적은 찌개의 국물을 흠뻑 빨아들여서 거의 카레라이스처럼 먹고 나왔다. 뭔가 음식에 있어서 해갈되지 않는 갈증을 느끼는 날들이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먹던 음식을 먹고살아야 하는 것 같다. 까탈스럽게 음식 투정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행을 가거나 사는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음식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교사나 수도자들도 이런 문제가 풍토병과 함께 가장 어려운 일상적 고민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활동하기도 전에 이런 문제로 좌절하거나 죽음을 맞이하였을 것인가. 그러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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