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남유럽 3개국 여행일기

- 2025년 11월 8일 토요일(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이동일)

by 차거운

우리는 오늘 미리 탑승권을 예약해 둔 알사 버스를 포르투 공항에 있는 시외버스 탑승장에서 타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을 넘어 산티아고 순례길(까미노)의 종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동해야 한다. 조식을 마치고 퇴실 처리를 한 후 택시를 타고 포르투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알사 버스가 도착해서 여행 가방은 짐칸에 넣고 승차했다.

우리 바로 앞자리에 한국인 부부가 앉아 계셔서 인사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분들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여행을 떠나서 렌트도 해서 운전하면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와 같은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향해 가시는 길이라고 한다. 나보다는 조금 연배가 있어 보이는데 두 내외분이 아주 잘 다니고 계시는 것 같다. 먹을 것을 자꾸 주셔서 거의 3시간 정도 가는 길에 잘 먹었다. 따님이 숙소랑 도움을 잘 주어서 음식을 해 먹고 하면서 천천히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계신데 말씀이 차분하면서도 살갑게 대화를 이어 가신다. 이렇게 이국 땅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잠시 길이 겹쳐서 만나는 것도 다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틀 정도 산티아고에 머물 예정이라고 하신다. 우리는 하루만 자고 다시 마드리드로 가서 거기서 이틀 지내고 귀국할 예정인데 우리보다 여행 기간을 더 길게 잡으신 모양이다.

버스는 포르투갈의 북부 도시인 브라가를 거치고 스페인의 비고라는 도시를 거치면서 산티아고로 달려가고 있다. 중간에 화장실 가기 위해 십여 분을 정차하고 이윽고 산티아고 버스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오신 내외분께 인사를 하고 우리는 먼저 나와서 조금 헤매다가 지도앱을 보니 걸어서 갈 수 있을만해서 가방을 끌고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숙소는 산티아고의 외곽(?)이면서도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실 산티아고는 조그마한 도시인데 공항까지 갖추게 된 것은 오로지 순례자들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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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어놓고 바로 산티아고 대성당을 찾았다. 이곳이 전 세계의 가톨릭 도보 순례자들이 꼭 한 번 걸어서 도착하고 싶어 하는 까미노 순례의 종착지이다. 프랑스 길을 걸어온 사람들, 포르투갈 길을 걸어온 사람들,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 몬세라트에도 조개 모양의 표지가 있었으니 이곳으로 모여드는 순례의 길은 사실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왜 아니겠는가. 진리로 가는 길은 너무나 다양하다. 진리 자체는 하나이겠으나 거기에 도착하는 경로는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내일은 주일이니까 미사를 보아야 할 텐데 안내문을 보다 보니 순례자들에게 할당된 미사를 제외하고 9시에 산티아고 성당에서 미사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내일은 오후 1시 45분에 마드리드행 이베리아 항공 비행기를 타야 하니 미사를 드리고 퇴실해서 공항으로 가면 맞을 시간이다. 그렇게 작정을 하고 우선은 성당 박물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서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이래 오랜 세월 이곳이 순례의 대상이 되었고 또 역사가 오래인 만큼 다양한 성 유물들과 종교적 예술품들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님의 모습을 색을 띤 대리석 조각으로 모자이크 해서 완성한 것이었다. 17세기 무렵의 작품이니 스페인이 멕시코를 지배하던 그 시절의 성모 발현의 기적이 벌써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번 여정을 통해 파티마에 들렀던 나로서는 루르드와 함께 3대 성모 발현지로 알려진 과달루페의 성모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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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검색해서 여기에 있다는 한인 식당을 찾아갔다가 문을 닫은 것을 알고는 다시 성당 앞으로 돌아와서 피자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내가 굳이 여기를 여정에 짧게라도 넣은 이유는 퇴직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한 적이 있어서 까미노 길을 걷지 못할지라도 그 종착지에 가서 야고보 성인께 기도하고 싶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렇게 이곳에 와서 성당 주변을 둘러보니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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