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빗자루들의 송가

- <오지리 선생님께, 똥빗자루들 올림>을 읽고

by 차거운

인생을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우선 밥을 사주는 사람이 나는 좋다. 사람이란 먹어야 사는 존재인지라 누군가 나에게 밥을 한 끼라도 사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도 순수한 차원의 행위여야 하지 미늘이 달린 차원의 계산적 행위라면 먹다가 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양하고 피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선물로든 빌려주는 것이든 책을 건네주는 사람을 또한 좋아한다. 세상에 많은 선물들이 오가지만 가장 오래가는 것이 나에게는 책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나의 삶에서 책을 선물로 주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읽은 책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고 성장했으며 그 책을 만나기 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책을 선물한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대학 동기인 00이가 책을 한 권 보내주어서 어제오늘에 걸쳐 읽었다. 제목은 <오지리 선생님께, 똥빗자루들 올림>이라는 서간 모음집인데 중등학교 지리 교사로 정년퇴직하신 오태선 선생님이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제자들이 보낸 편지들을 팔순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묶어낸 소박한 기획과 편집으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그 내용과 의미를 곱씹어 보면 참으로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책이다. 책을 보내준 친구가 편집과 발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역시 오지리 선생님의 똥빗자루들 중의 하나인 셈이니 제자로서 연로한 스승에 대해 정말 큰 선물을 한 셈이 아닐까 한다.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보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나는 오지리 선생님의 똥빗자루들에 포함될 만한 인연을 갖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친구의 스승이니 나에게도 또한 스승이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소곳하게 모으고 여러 세대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보내는 그 은밀하면서도 익숙한 마음의 풍경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보다 21년 먼저 세상에 태어나 교직에서 정년을 맞이한 이 책의 주인공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교직에 투신해서 평생을 보낸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일 수 있다. 내 동기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라고 한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한 199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31년의 시간을 교사로 살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회의 모든 분야는 이어달리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 세대가 자신의 역할을 마치면 그다음 세대에게 삶의 불꽃을 넘기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는 자신의 영속성을 유지하며 시대를 따라 나아가는 것이다. 제자들이 다시 말해서 똥빗자루들이 자라서 사회의 각 분야로 진출하여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곧 사회가 스스로의 항상성을 유지하며 이어지는 과정인 셈이니 우리의 현재는 지나간 세대의 노고와 땀에 빚진 것이고 우리 역시 다음 세대에 대해서 일정한 역할을 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책에 실린 똥빗자루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오지리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셨구나 하는 부러움과 찬탄의 감정을 후배 동업자로서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불현듯 내 인생의 선생님들을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선생님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나는 이분들께 이렇게 살가운 편지를 써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잊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교직에 있으면서 소소한 편지를 많이 받았지만 편지를 쓰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제자들의 비율은 사실 많지 않은 법이다. 살아가면서 돌아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교직에서의 인연이라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일정한 시기를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제 갈 길을 가면서 독립된 인간으로 떠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지나고 보면 의식하지 않고 한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씨앗처럼 스며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우들이 참 많다. 좋은 것이든 다소 힘든 것이든 말이다. 다 좋을 수만은 없고 다 나쁠 수만도 없다. 똑같은 말과 행동이 받아들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교직은 기교나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학교 여러 곳을 전근하면서 근무하는 공립학교의 교사들과 한 학교에서 나처럼 평생을 보내고 퇴직하는 경우가 다르다면 다르고 같다면 또 같을 것이다. 오지리 선생님의 교직 경험이 더 다양한 지역과 학생들을 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교육의 다양한 현장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겠고 오랜 마을마다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학생들의 고향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와 같이 사립학교에서의 경험도 장점이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가끔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해 주는 제자들의 존재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인생의 한 시기를 동반하면서 손을 잡아주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선생님들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갖고 연락하고 편지도 쓰고 안부를 묻는 마음이 고운 이 땅의 똥빗자루들에게도 지위고하와 나이를 불문하고 감사를 드린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든 인연들에 대해서도 축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하여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끝부분의 말로 마무리한다. “모든 것이 은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