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흥청거렸던 대학생들도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정리를 하고 일찍 빠져나와 화순적벽이라는 곳을 찾아가니 청주 청남대처럼 상수원 보호를 위해 버스를 이용해서 별도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 같은데 지금은 휴업인 것 같아 아쉬움을 달래면서 광주 망월동에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기리는 국립묘지를 향했다.
문병란, 송기숙 등 익숙한 문인들의 글과 시가 새겨져 있는 기념비를 보고 묘지의 구역을 천천히 돌면서 생몰연대를 살펴보고 비석 뒤에 유족들이 새긴 글들을 읽어본다. 저마다 다른 사연과 지향과 기림의 문구는 다를지언정 죽은 이의 명복을 빌고 사랑을 드러내는 마음은 다를 바가 없다. 부처님께 극락왕생을 소망하든. 천주님께서 편히 안식하도록 받아주시기를 바라든, 하나님의 위로를 바라든, 삶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 사이에서 한 사람의 행로가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추모관에서 영정들을 살펴보는데 세월호의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는 느낌, 4.19. 국립묘지의 그것과도 다름이 없다. 산 자의 의무는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망월동 국립묘지 인근에 공원묘지가 있는데 여기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도 묻혀 있다. 대표적으로 이한열인데. 내가 굳이 여기를 들른 것은 86학번 동기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당시 국문과였고 한열이는 상경대 소속이니 같은 대학 동기인 셈이다. 한열이가 최루탄을 맞고 세브란스에 시신으로 누워있을 때 경찰이 시신을 탈취할까봐 밤을 새워 지키던 기억도 난다. 한열이는 그 뒤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구호 속에서.
누가 평범한 이 땅의 부모들을 사회 개혁의 투사로 만드는가. 세월호, 이태원, 재해 노동자들. 그리고 그 외에 사회적 불의의 희생양이 된 많은 사람들의 가족들을 말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정치는 뿌리 뽑혀야 한다. 그런 정치인들은 퇴출되어야 한다. 사회적 공동체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전망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이치다. 이것 때문에 이 지난한 싸움이 이어지는 것이다. 세상은 낙원이 아니지만 우리는 낙원을 꿈꿔야만 한다.
망월동을 뒤로하고 서울로 집으로 간다. 집에 3시 20분경 도착했다. 오랜 부재를 메꾸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조만간 나는 또다시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