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9

- 도앙골

by 차거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으리라 예전엔

심심산골 골짜기에

유월의 신록 푸르게 햇살 속에 발효하는 중

낯선 순례자의 발소리에 놀라 개가 짖는데

'탁덕 최양업 시성 기원비'라 새겨진

빗돌의 검은 먹 들어간 문신이

어둡게 화안하니 이정표가 되고

인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중인지

이리로 저리로 가라는 저 안내판


예루살렘은

로마는

다락골은

배론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지상에서 하늘까지 걷는데

얼마의 낮과 밤이 걸리게 되는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

영혼의 키는 좀 자랐으려나


침묵이 기도하게 하고

돌아서자 세상 속으로 아니 세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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