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앙골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으리라 예전엔
심심산골 골짜기에
유월의 신록 푸르게 햇살 속에 발효하는 중
낯선 순례자의 발소리에 놀라 개가 짖는데
'탁덕 최양업 시성 기원비'라 새겨진
빗돌의 검은 먹 들어간 문신이
어둡게 화안하니 이정표가 되고
인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중인지
이리로 저리로 가라는 저 안내판
예루살렘은
로마는
다락골은
배론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지상에서 하늘까지 걷는데
얼마의 낮과 밤이 걸리게 되는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
영혼의 키는 좀 자랐으려나
침묵이 기도하게 하고
돌아서자 세상 속으로 아니 세상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