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10

- 청양 다락골

by 차거운

1. 죽음


이 땅 곳곳에 겨자씨 같은 희망이

누룩처럼 스며들더니

포졸들 쏟아져 다니고

곳곳에 악다구니 소리 다그치는 소리 들리더니

증오와 폭행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막걸리 한 사발에 취한 망나니 손에 들리

녹슬어 벌건 작두날 같은 쇠칼

당신이 세운 이 교회는

죽음의 세력도 이기지 못하리니

당신이 세상을 이겼기에

한 번 두 번 세 번 모진 칼질에

이 몸뚱어리 지상에서 식어가지만

다른 세상에서 다시 하나로 살아나리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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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덤


사랑하는 사람은 닮는다더니

십자가에서 내려진 당신의 육신

차디찬 땅 속으로 들듯

이름 없이 죽은 당신의 양 떼들

줄지어 줄무덤을 이루며 잠들어 있나이다


죽으신 지 사흘 만에 당신은 다시 사시고

약속한 시간까지 여기 잠들어 있는 이들은

당신이 종에서 속량하여

벗으로 삼은 지체들이니


이제는 시험에 들지도 않고

다시는 뉘우칠 일도 없으니

부활의 날만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안식을 주시고

아직 지상을 배회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을

그들이 남긴 발자국 따라

길 잃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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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활


무덤이 열리면

저 구름장 사이로 쏟아지는

환하디 환한 빛이여


이 지상에 왔다간 모든 존재들

어느 하나 사라지는 것은 없는 법이니

모두 모여 얼굴 맞대고

잠 깨는 그날에는


고개를 들고

구리뱀을 다시 보게 되리니

상처는 낫고

아픔은 사라지고

눈물도 마르고

슬픔은 웃음으로 변하리니


시간은 멈추리라

처음과 끝은 만나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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