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11

- 남방제

by 차거운

당신에게 생명의 길을 보여 달라고

저는 기도했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성지라고 가는 곳마다

죽은 이들의 행적을 보게 하십니다


목 잘려 죽고

매 맞아 죽고

굶주려 죽고

병들어 죽고


천대받고

설움 받고

모욕받은 사람들의 삶만 보게 하셨습니다


저는 꽃길을 기대했건만

당신은 골고다에 세워진 십자가 위에 달려

함께 매달리라 하시나이다


정녕 죽음이 아니고서는

생명으로 갈 수 없는 것인지요


노새처럼 툴툴거리는 내 마음이여

보아라


제자가 스승보다 나을 수는 없으니

죽지 않으면 부활할 수 없는 법이다

20250618_093032.jpg


이전 10화순례자의 노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