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스톡 국립공원 - 스노포레스트 캠핑장 (2021년 6월 19일)
2019년 겨울,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 보고되었던 ‘코로나 19’는 말 그대로 지구 전체 생명체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처음에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더니, 결국 전 세계 곳곳을 침투해서 ‘팬데믹 (세계적인 역병)’으로 성장했고, 초기에 유행했던 ‘뉴노멀’이라는 단어의 저주처럼,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는 팬데믹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 (H1N1)과 더불어 사스와 메르스를 이미 겪어왔던 세계였지만, 이 미지의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은 각 나라 정부마다 천양지차였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캐나다의 경우, 특히 대규모 제조업이 없는 BC주에서는 2020년 3월까지는 공권력을 동원하기보다 개인 방역수칙 교육을 중심으로 한 미온적인 대처 만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서구 의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호흡기 전염병 대응의 전례를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보다는 거리 두기와 외부활동 제한에 더욱 초점을 둔 정책을 한동안 지속했었다.
출퇴근이나 식자재 쇼핑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활동 외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했었고, 그나마도 자발적으로 재택근무나 온라인 주문/배송을 전환하였기 때문에, 텅 빈 거리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율적인 개인 방역수칙 준수에 의지하는 캐나다 BC의 방역 정책은 곧 한계에 봉착해서, 2020년 3월 BC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야외활동은 무기한 중지시켰는데, 주립공원 캠핑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주립공원 캠핑장이 폐쇄되면서 2020년 상반기 캠핑 예약은 전부 자동 취소되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정부 정책에 조응해서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몇 개월 후에, 캠핑 등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의 경우 코로나 전염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보다는 정신건강에 주는 도움이 더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게 되면서, BC 주 주민들에 한해서 2020년 6월 1일부터 주립공원 캠핑장이, 6월 21일부터 토피노 그린포인트 캠핑장이 재개장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 캠핑의 특징이라 한다면, 공공시설 (샤워실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예약이 수십 배 더 힘들어진 것과 함께, 캠퍼들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젊어졌다는 걸 들 수 있겠다. 일단, 여름휴가 기간 동안 해외로 뛰쳐나가던 북미의 청춘들이,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게 되자 대신 집 주변 캠핑장으로 향하게 된 것이 크겠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학교에 못 가게 된 아이들과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이게 되어, 일단은 애들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겠다고 작심하게 된 젊은 부부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다 보니, 북미의 RV들은 없어서 못 팔거나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수령을 할 수 있는 귀한 몸이 되었다. 당연히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는데, 제조업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자재 가격이 뛰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포트코브’나 ‘앨리스 호수’의 전기 사이트들의 경우, 워낙 예약 잡기가 쉽지 않아서 보통 경쟁률이 떨어지는 주중 (화요일이나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에서 2주를 쭉 예약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예전엔 80% 이상이 은퇴한 노인들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이들의 경우 주중에 출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예약에 좀 더 여유로웠으리라.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런 인기 사이트 캠퍼들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포트코브’ 등 이동통신 데이터가 터지는 지역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므로, 젊은 가족들이 캠핑을 와서는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RV 안에서 일을 하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캠핑장에 들어온 RV들도 예전과는 달리 반짝반짝한 신형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2020년 한 해 동안에는 별달리 새로운 캠핑장을 발굴해 낼 수는 없었다. 그저 밴쿠버 주변에 있는 ‘골든이어즈’, ‘롤리 호수’, ‘해리슨 온천 마을’, ‘포트코브’ 등을 돌아가면서 이용했었다. 9월이 되어 휴가를 길게 가졌을 때는, 아주 당연스럽다는 듯이 또다시 토피노로 향했다. 5월에도 6월에도 토피노 캠핑 예약을 해두었지만 자동 취소가 되기도 했고, 또 여름 동안에는 지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토피노라는 도시의 의료시스템이 과부하에 시달렸던 터라, 우리 쪽에서 예약 변경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성수기가 지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토피노 병원 역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고, 우리가 그곳에서 캠핑을 하는 동안에는 다시 평온한 바다 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캠핑 내내 날씨가 안 좋아서 섭섭하긴 했지만, 그 나름의 정경을 즐기기는 충분했다. 코로나 대응의 일환으로 공용 샤워실을 폐쇄하고 있어서, 별도의 샤워 부스용 텐트를 장만해서 가져가야 하기도 했다.
2020~2021년 겨울 동안 또다시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국립공원과 주립공원 캠핑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다. 보통 1월이 되면 국립공원 캠핑장 예약을 시작했었는데, 2021년에는 4월이 되어서야 예약을 시작하겠다는 공지 외에는 그야말로 감감무소식.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를 매일매일 방문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감염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의료진들의 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뉴스를 보면서, 이렇게 놀러 갈 궁리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철딱서니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었지만, 당장 나로서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4월이 되면서, 국립공원 캠핑장을 다시 개장하겠다는 계획이 나왔고, 2021년 4월 6일부터 여러 캠핑장을 하루하루 순차적으로 예약을 받는다는 공지가 떴다. 말하자면, 벤프는 4월 8일, 토피노는 4월 7일 이런 식으로 나눠서 캠핑장 예약을 받았다. 하지만, 주 경계를 넘어 다른 주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주 정부 방역지침에 따르자니, 벤프나 자스퍼와 같은 앨버타 주로 캠핑 여행을 가는 건 꺼려졌다. 마침 작년 (2020년)에 새로 개장한 ‘레벨스톡 (Revelstoke)’ 국립공원 캠핑장에 대한 좋은 리뷰들이 많아서, 이번 여름에는 록키의 분위기를 BC주에서 그나마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레벨스톡’으로 가보기로 했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서, 4월 6일 첫날에 예약을 하기 위해 사이트 오픈 정시 (8시)에 접속을 했는데… 짜잔.. 내 앞으로 2만 몇천 명이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미리 예정해 둔 날짜나 사이트로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터여서, 일단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날짜와 사이트를 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6월과 9월 모두 극. 최. 성수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이트 메뚜기를 하지 않고 계속 한 사이트에 머물 수 있도록 예약할 수 있었다. 이후 9월에 토피노 그린포인트 캠핑장에 갔을 때, 체크인을 도와주던 국립공원 직원이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예약할 때 몇 번째로 대기를 했길래 이렇게 7박 8일을 온전하게 한 사이트로 머물도록 예약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뭐.. 무엇보다.. 출근하고도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도록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직장에 다니게 된 덕이 크긴 했지만…
겨울 동안 도무지 잦아들 것처럼 보이지 않던 2차 유행은 각종 변종들이 추가적으로 극성을 부리면서 더 악화되었고, 4월 중순이 되자 BC주 보건당국은 3차 유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각 보건청 관할 지역 밖으로의 여행을 제한했다. 비록 ‘레벨스톡’은 BC주에 있는 도시이긴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보건청 관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못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델타 변이로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가고 그에 맞춰 보건당국 정책도 시시각각 바뀌어 가느라 뭔가 계획을 잡는 것이 힘들어져 갔지만, 적어도 휴가 계획 잡기가 어렵다는 것 따위로 불평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더운 여름 집에 갇혀 휴가를 보내기는 싫었던지, 예약비를 날리는 걸 감수하고 휴가 일정에 맞춰 ‘롤리 호수’ 캠핑장과 ‘앨리스 호수’ 캠핑장에 각각 중복예약을 해두었다. 여행 제한이 더 확장되는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곧이어, 고위험자 군과 노령인구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5월 하순경 BC주 재개방 4단계 계획 (BC Restart Plan https://www2.gov.bc.ca/gov/content/covid-19/translation/ko/restart)이 발표되었다. 당시에도 아직 일일 확진자 수는 무시 못 할 수치였지만, 7일간 평균값의 변동 성향과 수학적 예측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조건별 제한 해제 계획이었다. 예를 들어, ‘성인의 1차 백신 접종률이 65% 이상이고, 일일 확진자 수나 중증환자 수가 줄어들게 되면 2단계 (다른 주로 여행 제한 해제 포함)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식의 계획이었다. 발표를 들을 때만 해도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할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백신 접종이 크게 역할을 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놀랍도록 진정되는 걸 보고, 감염병 전문가와 수학 전문가들의 능력에 크게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6월 말 여름휴가를 갈 즈음에는 모든 국내 여행 제한은 해제되어서 별 부담 없이 레벨스톡으로 향할 수 있었다.
'레벨스톡 (Revelstoke)'까지는 약 6시간 남짓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거리였다. 보통은 5시간 이상 운전은 안 하려고 해서 '벤프 (Banff)'나 '자스퍼 (Jasper)'와 같은 캐네디언 록키로 캠핑을 갈 때엔, 중간에 '샐먼암 (Samon Arm)'이나 '캠룹스 (Kamloops)' 근처에서 하룻밤을 쉬었다 가곤 했는데, '레벨스톡'은 '샐먼암'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기 때문에, 다음 날 꼴랑 2시간 반 정도 운전을 하기 위해 추가로 캠핑장을 또 예약하고, 트레일러 펴서 설치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레벨스톡까지 그냥 직행.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싼 곳에서 기름을 넣겠다고 중간에 길을 잃었던 사건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순조로운 여행이었다.
2020년 새로 만들었다는 레벨스톡 국립공원의 ‘스노포레스트 캠핑장 (Snow Forest Campground)’은 아담하면서도 깔끔한 세팅이었다. 우연히 만난 국립공원 직원에게 들었는데 원래는 국립공원 직원들 관사가 있었던 자리였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남은 자리에 새로 캠핑장을 만들었는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캠핑장이라서 당연하게도, 최신식 공용 샤워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널찍한 건물에 가운데에 커다란 세면대들이 놓여 있고, 앞뒤로 화장실을 배치했으며, 저 안쪽으로 앞에는 여성 샤워부스, 뒤로는 남성 샤워부스들이 있었는데, 일단 사이트 수가 적다 보니 사용인원도 적어서 매우 여유롭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첫날 도착했을 때만 해도 비가 흩뿌리던 날이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점차 날이 개더니, 씻으러 갈 때쯤 되니 커다란 무지개가 휘영청 하고 떴다. 길을 헤매고 편두통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운전을 하고 온 우리를 왠지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다.
6월 말은 BC주가 사상 최악의 이상폭염 (https://www.cbc.ca/news/canada/british-columbia/ubcm-heat-dome-panel-1.6189061)으로 고생을 하던 때였는데, 레벨스톡 캠핑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역 밴쿠버의 캠핑장들처럼 깊숙한 산 중턱 침엽수림 속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캠프 사이트마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최소한의 어린나무들로 만 둘러싸여 있었는데, 35도를 넘는 한낮의 뙤약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떤 날은 트레일러를 구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에어컨을 사용해보기도 했었다. 소형 카라반이라서 평소에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또 이렇게 에어컨을 작은 공간에서 사용하니 금세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리고.. 그래도 산속은 산속이라서 그런지, 한낮 더위만 제외하고는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졌다. 마침, 이번 캠핑에는 해먹도 가지고 갔는데, 널찍한 어닝 (Awning 차양) 그늘 아래로 해먹을 설치해서 편하게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재미도 좋았다.
‘레벨스톡’으로 휴가지를 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캠핑장과 레벨스톡 산 주변에 다양한 산책로가 많다는 점이었는데, 더위가 밀려드는 한낮에는 가능한 한 캠핑장에서 쉬려고 해서 주변 관광은 주로 아침 일찍 다녔다. 그렇더라 하더라도, 산책을 하다 보면, “엥? 저긴 어디지? 저기 한번 가볼까?” 하면서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끔은 쏟아지는 불볕더위를 떠안으며 나다니기도 해야 했다.
레벨스톡 산에는 바로 정상 근처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주차장부터 최정상까지 가는 산책로는 30분 정도 100m 이내 높이의 오르막 (https://www.pc.gc.ca/en/pn-np/bc/revelstoke/activ/randonee-hiking#Upper)만 오르면 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것도 힘들면 셔틀버스도 다닌다. 2021년에는 코로나 대응으로 운행이 없었지만). 짧은 등산을 선호하는 나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선호하는 아내를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절묘한 절충안이라 생각되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계획을 해두었고, 바로 둘째 날 그쪽으로 향했는데… 캠핑장은 35도가 넘는 더위였지만, 바로 150m 더 높은 등산로 입구 피크닉 구역에는 눈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도로를 막아두었다.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인지라, 일단 차를 근처에 주차해두고 나서 찻길 따라 한번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어느 정도 올라갔더니.. 이건 완전 눈밭이어서 아이젠 없이는 도저히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철수를 해야 했지만, 날은 땡볕이라서 챙모자를 쓰고, 민소매에 어깨를 훤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반면에 신발은 쌓인 눈에 푹푹 빠져서 비틀거리며 걸어 내려와야 했던 진귀한 경험이었다. 입구에서 차량 진입을 막던 국립공원 직원에게 언제쯤 되어야 눈이 녹을지 물어봤더니 7월 말, 8월 초나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여름 성수기에 맞춰서 오는 거로.
이 외에도 캠핑장 근처에는 5km 정도 둘레의 ‘소렌소렌슨 (Soren Sorensen)’ 산책로도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그나마 조금 덜 덥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산책로는 환형 (Loop)이었지만, 종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형태여서 위로는 레벨스톡 산으로 올라가는 찻길과 연결이 되었고, 아래로는 레벨스톡 시내로 진입하는 입구와 연결되었다. 코로나 탓인지, 이때는 산책로 안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굳이 자전거가 아니라 걸어서라도, 마음만 먹으면 캠핑장에서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소렌소렌슨’ 산책로를 돌다가, 스키 점프대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서 저기 한번 올라가 볼까 하며 가파른 계단과 같은 오르막으로 100m 정도 올라갔었는데, 여기가 바로 ‘넬스 넬센 (Nels Nelsen)’ 전망대였다. 1916년 이 근방에 캐나다 최초로 상설 스키 점프대를 만들었었는데, 1948년에 이곳으로 옮기고 스키 점프 세계 기록을 두 번 경신했던 이 지역 선수 ‘넬스 넬센 (Nels Nelsen)’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Nels_Nelsen_Hill). 어차피 내려올 산을 힘들게 오르는 일은 여전히 즐겁지 않았지만, 이렇게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점프를 해보는 건 제법 감동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망대에서 캠핑장으로 돌아올 때는, 좀 경사가 완만한 곳으로 내려오고 싶어서, 레벨스톡 산으로 가는 찻길까지 연결되는 산책로를 이용해서 빙 둘러왔는데, 도로에는 주변에 아무 사람도 없고, 곰이나 야생동물이 무섭기도 해서 (그리고 갱년기 호르몬 이상 탓도 있고 해서), 큰 소리로 ‘행진’과 ‘그것만이 내 세상’을 고래고래 부르며 내려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레벨스톡 산으로 올라가는 차도와 ‘소렌소렌슨’ 산책로가 바로 지척으로 접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어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캠핑장 산책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불쑥하고 튀어나와 무척 반가웠지만, 고요하게 산책로를 즐기고 싶던 사람들에게 대형 민폐를 끼쳤음을,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으로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 때문에 ‘글래시어 국립공원 (Glacier National Park)’, ‘로저스 패스 (Rogers Pass)’에 있는 박물관 등, 몇몇 볼거리의 운영이 임시중지되었었고, 아직 눈이 안 녹아서 백패킹이나 고산지대 등반도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매일 거듭되는 폭염 때문에 한낮에는 활동하기가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무척이나 편하게 잘 쉬고 온 캠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었고, 나가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었다. 심지어 레벨스톡 시내도 매우 가까워서, 식당 탐방이나 식자재 구매 역시 매우 편리했다. 또, 아내의 말에 따르자면, 화장실 가는 일 하나가 이렇게 쾌적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캠핑 생활의 질이 상승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늙어가면서 좀 더 편하게 씻고 편하게 싸고 싶다는 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차와 트레일러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 호텔 여행만 전전하게 되는 것이겠지. 일단 그때까지는, 그래도 캠핑.
레벨스톡 국립공원 - 스노 포레스트 캠핑장 (Revelstoke National Park - Snow Forest Campground https://www.pc.gc.ca/en/pn-np/bc/revelstoke/activ/passez-stay/camping) : ‘레벨스톡 (Revelstoke)’은 ‘캠룹스’와 ‘벤프’ 중간 지점쯤에 위치한 도시로 광역 밴쿠버에서 6시간 남짓 운전해서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레벨스톡 산 구석구석에 만들어진 여러 산책로와 함께, 여름 성수기에 (7월 말 ~8월 중순) 활짝 피어나는 다양한 야생화로 유명하다. 국립공원 자체는 1914년에 설립되었다고 나오지만, 이 국립공원에 프런트 컨트리 (차량 진입용) 캠핑장 - ‘스노 포레스트 캠핑장’이 만들어진 것은 바로 2020년이 되어서다.
300~500 사이트씩 있는 여타 국립공원 캠핑장과는 다르게 이곳은 달랑 66개 사이트 (3군데 MicrOcube 오두막 포함) 밖에 없는데, 재래식 화장실은 아예 없으며 이렇게 널럴한 환경에서 최신식 샤워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을 공유한다. 캠핑장 입구에서 가까운 A 사이트들은 이른바 ‘풀쓰루 (Pull Through)’ 사이트라서 후진 없이 트레일러 주차를 할 수 있지만, 비교적 다른 사이트들과 가까워 프라이버시 보호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 C 사이트, D 사이트, E 사이트 들은 텐트 사이트들이라서 전기 공급이 안 된다.
좀 더 들어가 있는 B 사이트들 중 B1, B2, B3는 ‘마이크로큐브 (MicrOcube)’라고 해서 캠핑 사이트가 아닌 작은 오두막집이다. 유리 현관이 달린 나무집으로 더블 사이즈 침대가 포함되어 있다. B4에서 B13, 그리고 B18에서 B21까지는 RV가 후진으로 진입이 가능한 일반 캠핑 사이트인데 전기 공급이 안 된다. B14, B15, B16, B17, 이 네 사이트 만이, RV 진입이 가능하고, 나무로 둘러싸여 프라이버시 보호도 좋고, 전기공급도 잘 되는 사이트 들인데, 약간 경사가 있어서 RV 종류에 따라서 후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가까운 시내 : 레벨스톡
광역 밴쿠버로부터 접근성 : 2/5
이동통신 / 데이터 : 부분적으로 가능.
프라이버시 : 2/5 ~ 4/5 (사이트마다 크기나 모양이 다양하다)
수세식 화장실 / 샤워실 : 있음
시설 관리 / 순찰 : 4/5
RV 정화조 : 있음
RV 급수 시설 : 있음
캠핑 사이트 크기 : 2/5 ~ 4/5
나무 우거짐 : 3/5 ~ 5/5
호숫가 / 강변 / 해변 : 없음
햇볕 : 4/5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