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오면
지난여름의 초입에 다녀온 상관 편백나무 숲을 다시 소환한다. 편백나무 숲은 힐링지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전주에서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있다. 마을 입구 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초입에서 길을 잘못 들어 만난 계란꽃, 개망초로 알려진 꽃이다. 꽃말은 '화해'라 한다. 어릴 때 꽃대가 자라기 전에 캐서 나물 해 먹으면 맛있는 식물이다. 담배 나물이라고 한다. 개망초 나물인 것이다.
반가운 꽃밭이다. 개망초가 흐드러졌다. 요정들의 잔치 같다.
명화 속 숲길 같다. 날이 좋아 숲에 가니, 숲이 좋아 내가 좋다.
상관 편백나무 숲길 산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아본다.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어렵게 걷는 할아버지. 엄마의 손을 잡고 달리는 아이. 자유롭게 걷는 나.
그리고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아이.
손녀딸 보느라고 앞길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들의 뒷모습을 찍으려고, 올라가던 길을 다시 달려 내려와 순간을 찍게 된다.
편백나무 숲을 따라 돌무더기들이 솟아있다.
숲길의 어느 곳을 보아도 올리브 그린이다. 초록 겨자색? 매실 초록?
유월이 오면
유월이 오면 하루 종일
향기로운 마른 풀 위에
내 사랑과 함께 앉아서
산들바람 부는 저 높은 하늘에
흰구름이 지어 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녀는 노래 부르고,
나는 그녀를 위해 노래를 짓고
마른 풀내 향긋한 건초 더미 위에
남몰래 둘이 누워
하루 종일 달콤한 시를 읽으리
오, 인생은 아름다워라.
유월이 오면 ~
When June Is Come
Robert Bridges(1844~1930)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h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She sings, and I do make her song,
And read sweet poems the whole day long:
Unseen as we lie in our haybuilt home,
O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Robert Bridges was born in 1844 and educated at Eton,
and Corpus Christi College, Oxford. After traveling extensively,
he studied medicine in London and practiced until 1882.
Most of his poems are classical in tone and treatment.
He was appointed poet laureate in 1913, following Alfred Austin.
His command of the secrets of rhythm and a subtle versification
give his lines a firm delicacy and beauty of pattern.
- Modern British Poetry by Louis Untermeyer
여기나 저기나 개망초들이 아름아름 모여있다.
다시 소환한 6월의 초록이 내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