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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05. 2021

내 생애 처음 응모에 당첨이 되었다.

호주 교육과 우리의 교육

내 생애 처음으로 응모에 당첨이 된 경우의 이야기다.


2013년 교사들의 국제 연수비를 지원해 주는 호주 교육연수에 지원하여 뽑혔다. 나는 다양한 과목이 함께하는 우리 팀 열 명의 통역을 맡았다. 다른 분들은 모두 대단한 분들이었다. 나는 그저 다른 기타 과목 교사이자 영어교사 자격증이 하나 더 있어서 그 덕분에 응모에 뽑혔다. 막 영어교육과 대학원을 졸업한 시점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 영어를 아주 잘하지는 못했고, 무엇보다 호주식 발음은 아주 어려웠다. 내 캐릭터가 시도해 보고 후회하는 성향이다. 연수를 다녀온 후, 한동안 영어는 보기도 싫었다. 우리는 홈스테이를 하면서 버스로 학교에 다녔다. 길치인 나는 영어를 조금 한다는 명분으로 따로 혼자 배정받아서 엄청 힘들었다. 그 길이 그 길 같은 호주의 집들을 찾지 못해서 같은 길을 여러 번 헤매기도 했다.


연수 과정 열흘 중 9일 동안 일과에 맞춰 정규 수업 과정에 온종일 관찰자로 참여했다. 그렇게 참여할 때 나는 통역을 해야 했다. 나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9일간의 관찰일지를 돌아보고 간단히 정리하기로 한다.

호주 고등학교 현장에서 그들의 수업을 참관했던 것은 교사로서 참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벌써 7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들의 교육제도가 더욱 개선되고 발전되었으리라 여긴다. 연수에 다녀온 이후 수업과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호주의 교육제도에 관해 정리를  보기로 한다.


학생들은 각자 노트북이 제공된다고 한다. 인터넷에 제공된 수업자료를 미리 알고 와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하는 '거꾸로 수업'이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거꾸로 수업을 할 경우 자칫 학생의 과제 부담이 과중해질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 나라에 맞게 교육과정이 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교육과정에서 중시 여기는 방향


그들의 교육과정의 큰 틀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다양한 경험을 몸소 쌓게 한다.


2) 중학교는 말하기에 중점을 두어 발표를 한다.

나는 브리즈번의 센터널리 하이스쿨이었다. 그 학교는 사실 명문고등학교에 해당된다고 했다.


3) 고등학교는 쓰기에 중점을 두면서 총체적으로 공부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 고등학교에서 인상적이었던   가지


1) 모든 과목의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에세이를 쓰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2) 실업계와 인문계 고등학교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아카데미 반(입시반)과 실기 위주 반(비 입시반)으로 나뉜다. 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목 수업을 할 경우 반이 나뉘어한다. 예를 들면 주거학 수업의 경우 입시반 학생들은 아카데믹한 수업을 듣고, 실기 중심반은 컴퓨터를 이용한 캐드 수업을 하고 그 디자인으로 직접 목공을 한다. 실제 가구를 제작한다고 했다. 한 과목 두 개의 이수 상황이다. 세 개의 교실이 붙어 있다. 1. 아카데믹 강의실, 2. 컴퓨터 캐드 수업실, 3. 목공 제작실.


이때, 교사는 두 명으로 이쪽과 저쪽의 수업을 모두 왔다 갔다 하면서 학생들의 자발적 수업에 조력자가 된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50퍼센트 가까이가 대학을 가지 않고 직업을 갖는다고 한다. 직업의 경우 대우가 비슷하기 때문에 입시 서열이나 대학 진학에 대해 우리나라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 역시 몹시도 부러웠다. 아이들이 진로를 깊게 고민하기 전에 인문계 실업계로 나뉘는 우리 현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는 점. 등으로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3) 연말 퍼포먼스를 모든 과목의 수업시간에 준비한다. 연말에 우리나라처럼 축제를 하는데 이를 퍼포먼스라 하여 모든 과목이 연계된다. 한마디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융합형 교육이다.


예를 들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등장하는 단편소설을 한 학년에 한 권 선정한다. 소설의 내용과 전체 흐름과 관련된 것들은 모든 과목 시간에 응용해서 만든다.


소설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게 한다. 무용시간에는 안무를, 국어 시간에는 각자 파트의 대사를, 미술이나 음악시간에는 무대장치, 소품 만들기, 조명, 음악, 등의 미디어 컨트롤 등등을 모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스스로 총체적으로 조금씩 해 나간다. 소설의 대사를 외울 때 각자 자기 파트를 외우면 된다. 그래서 언젠가 함께 연습도 하고 개인 연습도 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과정에 교사는 조력자로 참여한다.

한자를 영어로 배우고 있었다. 중국어 수업이었다. 아쉽게도 그때는 한국어 수업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자유로운 듯 보여도 실습 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했다. 예를 들면 규정화가 아닌 신발을 신은 학생에게는 실습에 참여를 못 하게 한다. 대신 한 곳에 앉아 다른 아이들의 실습을 관찰하게 한다. '스파게티' 조리실습이었는데 그 여자아이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나 교사는 이를 못 본체 하고 수업 내내 참관시키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바닥이 미끄러워서 위험할 수 있는데 학생이 규칙을 위반했으니 당연히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에게 다른 친구들 수업을 잘 보고 마지막에 함께 맛있게 먹으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 옆에 다른 남학생도 복장 불량으로 실습을 못 했는데 접시에 포크를 딩동 거리면서 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세상 어디나 말 안 듣는 이상스러운 녀석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그 밖에도 미술과 음악 수업도 멋있었다. 컴퓨터를 수업시간에 사용해서 정보를 찾은 뒤, 그림에 대해서 자신의 관점을 이야기하는 노트를 만들어서 직접 손글씨로 쓰게 했다. 고등학교가 '쓰기'중점 교육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학생이 직접 만들었다는 무대 장치는 우선 작게 소형 모형을 제작하게 한다. 그 후에 응모에 뽑히면 그 학생이 고안한 장치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참 멋진 무대장치 모형을 봤는데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음악은 각 개인 연주실이 있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악기들이 있으며, 개인 악기를 가져와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해도 된다고 했다.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우리는 어려운 현실......

체험 중심 교육과정이나 강의가 필요한 경우,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는 점은 우리와 같았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창의융합형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여러 면에서 2013년보다는 조금 나아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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