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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05. 2021

구독을 요청하는 두 통의 문자를 받다

하드락 밴드 롤링 쿼츠와 트로트 가수 이찬원 씨를 지지하는 이들

구독을 요청하는 두 통의 문자를 받았다.


한통은 여동생으로부터 온 것인데 '트로트 가수 이찬원 씨'의 유튜브가 만들어졌으니 구독을 하고 좋아요 및 자주 들어주기를 해 달라는 것이다. 대답을 안 하자 무려 세 통이나 보내왔다. 다른 하나는 '롤링 쿼츠'라는 여성 헤비메탈 밴드의 구독과 들어주기를 요청하는 절친의 문자다. 두 음악의 분야는 아주 상반된다. 지지층도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데가 한 가지 있다. 특정 계층을 열광하게 한다는 점이다.


나는 글쓰기도 바쁜 데다가 억지 구독 요청이 싫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을 흥분시키는 음악이니 들어 보고, 구독도 누르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이 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본래 나는 음악에 특별 취향도 없고 팬덤이 되어 본 적도 없다. 모든 분야의 노래나 음악이 좋으면 반복해서 듣기는 한다. 하지만 특별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음악에 심취해서, 우울함을 견디고 인생의 낙으로 삼는 이들을 보면 음악의 힘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청소년기는 제2의 반항기이다. 정신분석학자들에게 왜 그들이 화가 많고 사회에 반항을 하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고 한다. 그냥 호르몬의 영향이란다. 갱년기에 괜히 화가 나는 현상과 비슷할 수도 있다. 한집에 갱년기 엄마와 청소년기 아이가 있을 때 분위기가 자칫 살벌해질 수 있다.


엄마, 나 건들지 마! 나 십 대야. 아들아, 나 건들지 마라! 갱년기다.


현재 갱년기를 겪는 많은 한국의 엄마들이 트로트를 들으면서 음악으로 힐링을 하고 있다. 팬텀 싱어 또한 마찬가지 열풍이다. 다시 듣는 <비긴 어게인>도 인기다. BTS는 전 세계에 K-POP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의 젊은이들의 BTS리뷰 유튜브는 제2의 반향이다. 요즈음 이런 식으로 음악이 사회적 우울을 막아주고 있다.


청소년기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과 노래는 아이들에게 삶을 지탱할 힘이 되기도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아이의 재능을 키워 줄 수 있는 창의적인 곳이 아닌 답답한 감옥 같은 곳이 되지는 않는가 가끔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나 자신도 가끔 답답한 데 아이들 중에 견딜 수 없이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체육행사와 축제때면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 보면 아이들이 정말 멋지다. 규칙에 반항하면서 불만이 가득했던 아이가 황홀하게 댄스나 노래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아이의 매력에 홀딱 빠진다. 올 해는 그 두 행사를 하지 못했기에 아마 더 답답했을 것이다.


가수 이찬원 씨에 대한 나의 여동생의 지지는 거의 전폭적인 수준이다. 여동생은 한창 갱년기라서 나의 조카와 여동생은 자주 마찰을 빚었다. 그런 여동생이 찬또배기 이찬원 씨의 공식 팬클럽 회원인 '찬스'가 된 이후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둘이 다툴 일이 없다고 한다. 우울하면 트로트를 들으면 세상이 밝아진다니 이런 명약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엄마의 생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혼자 밥 먹기도 싫고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하셔서 걱정이었다. 그런데 여동생과 엄마는 매일 트로트 이야기로 전화 통화를 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연속적으로 트로트를 해 주는 프로그램을 들으신다고 한다. 종편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고맙기 그지없다. 물론 그들은 이로 인해 이득을 취하지만 접근이 용이한 트로트 음악으로 나의 엄마의 인생이 달라졌으니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https://youtu.be/D2HlvM30t8g

떡만둣국을 설명하는 찬또배기


나는 최종 선발된 그룹의 모두를 지지했던 한 사람이다. 인생 스토리가 있는 그들의 트로트 노래도 좋다. 그래도 동생에게는 이찬원 씨를 엄청 지지한다고 말한다.


<롤링 쿼츠>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를 소개한다.


친구가 소개한  <롤링 쿼츠>는 하드락, 여성 밴드로서 한국에서 여성 헤비메탈 밴드가 이만큼 인지도를 높이게 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들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어려운 환경,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스템에서 자기 음악을 지속적으로
집념을 가지고 해 왔다는 점, 연주와 노래 실력이 뛰어난 점.
우리나라 메탈 음악에 대한 갈증이 이제 분출되는 느낌 등등......


좋아하는 이유를 셀 수 없이 대는 친구의 말에 나도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을 주로 한 밴드의 멤버들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라이브 활동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후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라이브로 자신들의 음악을 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가 시작되었다 한다.  '롤링 쿼츠'의 음악은 꽤나  중독성이 있다.  


파워풀하면서 가사도 좋다. 자주 듣게 된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참 멋진 그룹이다. 캐릭터들이 모두 강하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가 다른 노래를 들으니 다시 이들의 노래를 듣게 된다.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세상이 어둡고 분노로 가득한 학생 중 힙합이나 헤비메탈을 듣고 인생을 살 용기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어쩌면 그들의 파워풀함은 세상에 억압된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보는 이 역시 흥에 빠지게 된다.


https://youtu.be/Pg51wRHMRek


그들의 유튜브 구독자가 엊그제 4만이었데, 며칠 사이 5만을 넘어섰다. 이들의 곡 리뷰 유튜브까지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언더에서 활동했기에 이제라도 알려져서 다행이다. 이제 신문에도 보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검색엔진에  <롤링 쿼츠>를 입력하면 신문 보도 내용이 주르륵 나온다.


 다른 나의 오십 대 친구는 팬텀 싱어의 팬덤이다. 그녀는 콘서트를 찾아 이곳저곳의 도시까지 날아간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생겨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들만큼 마니아는 아니지만 나 역시 팬텀 싱어, 미스 트로트, 미스터 트로트의 모든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했다.


트로트나 팬텀 싱어나 헤비메탈이나 모두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고 여긴다. 특히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때 그들의 청춘의 열정을 되돌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청춘을 대변하는 익숙한 음악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아, 그런데 나는 그때 뭐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친구가 좋아하니 나도 자꾸 듣게 된다. 이런 것을 바로 라캉의 타자의 욕망이라 한다. 나의 대상-a인  <롤링 쿼츠>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 나 역시 빠져든다.


랄라 랄라랄라~ 무거운 음으로 깔리는 보이스와 강하게 받혀주는 기타의 반주, 카리스마 넘치는 베이스 그리고 작고 가냘픈 몸매로 의외의 파워풀한 드럼을 보여주는 드러머. 그들의 음악은 힘이 있다.


<롤링 쿼츠>와 같은 밴드가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면서 세계적인 하드 락 여성 밴드로 승승장구하기를 응원한다.


학창 시절 많은 창의적인 학생들이 규율과 규범에 갇혀 힘들었지만 현재 멋진 예술가들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오늘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걷고 있을 그들 모두를 위해 건투를 빈다.








롤링 쿼츠가 마녀들이란 MBC 예능 야구 프로그램의 OST 맡게 되었다.(포스트를  당시는 국내에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갈수록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어 박수를 보낸다.)


https://youtu.be/Oslh5hyOa5w


마녀들 시즌 2 (음악 듣기 위해 보게 된 프로그램인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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