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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20. 2021

보홀 여행

팔라우에서

오래전 큰 딸과 함께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했다. 그때 엄청 싸워서 우리 다시는 함께 여행 가지 말자 했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딸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내 미안했다. 나의 꼬리 내림으로 우리 여행은 계속되었다. 며칠 전 딸과 다시 한 이야기지만 그때 지도 찾는 앱도 없고 유심칩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 하나 찾으려면 캐리어를 끌면서 묻고 또 묻고 골목을 왔다 갔다 참으로 고단했다.


우리는

이탈리아 여행 이후

태국, 대만, 일본 등등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여행을 계속했다.


2020년 8월 1일은 오스트리아를 가기로 계획했다.

물론 무산되었다.




특히 여행지 보홀은 딸이 친구와 다녀온 후 꼭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마디로 힐링 여행으로 손꼽힌다.


딸의 휴가기간에 맞춰야 해서 비싼 시기인 연말연시. 그래도 누가 예약을 취소했는지 싸게 항공편을 구입할 수 있었다. 제주 항공이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개인적 의견으로 에어아시아는 불안해서 못 타고 제주 항공은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호텔은 항상 좋은 곳을 택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으로 골랐는데 남아 있는 곳들이 적어 우리의 선택폭이 제한되어 있었다. 갑자기 여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녀오자마자 딸이 미니 책자로 앨범을 만들어줬다. 딸과 여행하니 사진 잘 찍어주고 앨범 만들어주고 좋다. 우리 가족이 원래 사진들을 잘 찍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항상 수평이 안 맞거나 이상하게 찍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한해의 마지막 날인 2019년 12월 31일이었다. 잠시 쉬는 반나절 호텔 예약을 해 놓아서 숙소에 갔다.


세부 전역에서 폭죽이 터지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불어대는 나팔이 시끌시끌. 게다가 딸이 열나고 아파서 약 먹이고 호텔에서 내내 딸이 잠들어 나도 쉬었다. 체온계를 가져갔는데 열이 38도나 되었다. 해열제를 먹고 쉬는 방법밖에 없었다. 몇 시간을 그리 보냈다. 나는 그 옆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잠자면 좀 괜찮아질 것 같다는 딸의 말을 믿기로 했다. 스노클링 하는 날 심하게 바닷바람을 종일 맞아서 그런 듯했다. 안쓰러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넷플릭스로 그간 밀린 <사랑의 불시착>을 보니 시간이 휘리릭 지났다. 여전히 미열이 있는 딸과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 들어올 때 열이 내려서 다행이었다. 도착하니 코로나로 인해 공항이 조금 긴장된 분위기였다. 중국으로부터 온 입국자만 심하게 조사했다.






간단히 5일 여행기를 써 본다. 3박 5일이라고 하는 게 맞다. 2019년 12월 마지막 주에 떠났다가 2020년 1월 1일에 돌아왔다.


밤에 팡라오 공항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보낸 차 편으로 이동했다. 그 호텔에서 몇 시간 자고 오후에 보홀 섬으로 가는 일정이다.

두근두근 리조트. 나는 이름이 재밌다 생각 들었는데 딸은 별로란다. 새벽 3신데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물어보니 주말엔 클럽 같은 곳에 많이 놀러 가고 늦게까지 잠을 안 잔다고 한다. 엄청 깨끗하다. 방음은 완전 별로다. 늦게 들어온 옆집이 무척 떠들었지만 피곤해서 금세 잠들었다. 몇 시간 잠만 자고 가기엔 아깝다. 점수를 주라면 10점 만점에 8점이다.

두근두근에서 자고 난 아침에 보니 뒤편에 수영장이 넓게 있다. 아이들이 신나서 수영장으로 가고 있다. 다른 가족 아이들인데 참 깜찍해 뒷모습이니 찍었다.




보홀섬의 팔라우 숙소 쪽으로 이동하는 길. 열대 나무와 태양과 하늘 그리고 간판과 드리워진 천들
모든 색이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하다.

일단 고픈 배를 위해 여러 가지 실컷 맛본다. 물가가 싸니 행복하다. 우리나라 고추 튀김 같아서 맛있다. 사실 나는 동남아시아의 향신료를 모두 좋아한다. 모두 다 맛있다.

몰랐는데 필스너우르겔이 여기 맥주란다. 맛있다. 아~ 시원하다. 시원한 망고쥬스와 맥주 마시니 기운이 난다.




세부에서 보홀 들어가는 배 타는 곳인데 똑 부러진 딸 덕에 미리 인터넷 예매해서 줄 안 서고 입장. 배는 비즈니스로 이층에서 지정 좌석 타고 간다.


팔라우의 리우나 리조트는 풀장 앞이 해변이다. 호텔 내부는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뷰가 끝내주게 멋진 곳이라  좋았던 곳. 또한 리우나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맛있기로 소문나서 다른 곳에서도 많이 온단다.

시간만 나면 해먹에 누워서 야자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것과 한걸음이면 달려갈 수 있는 바다를 바라본다.


호텔 앞 누울 수 있는 벤치는 리조트 손님들만 가능하단다. 누워서 바다 보다가 풀장 들어갔다가 주문한 음식 먹고 온종일 뒹굴뒹굴하기 딱 좋은 곳이다.

10점 만점에 9.5점이다. 0.5 마이너스 한 이유는 베개가 깨끗하지 않아서다. 고용인들은 많이 보이는 데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특히 필리핀은 사람들이 팁에 점점 눈이 멀게 되는 듯 보였다.


모알 보할 섬처럼 바로 스노클링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어서 스노콜 하러 숙소에서 한 시간쯤 배 타고 갔다. 찾아보기 귀찮아서 호텔에서 추천한 곳을 이용한다.




난생

처음 바닷속의 진귀한 생물들을 관찰했다.

꿈인지 생신지 열대어와 산호초가 아름다워서 계속 헤엄치다가 일행에서 멀어질 뻔했다.


딸이 왔던 5년 전엔 배 타고 가서 바로 바다로 풍덩 해서 스노클링 하다 지치면 배에 올라와서 쉬다 다니 내려가서 또 스노클링하고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도 없었고 오로지 배 하나에 사람 셋-조종사와 협조인 둘. 그리고 딸과 친구. 그렇게 다섯이 바다에 뎅그러니 있으면서 온종일 실컷 바다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꽤 많다. 더구나 배 타고 간 후에 다시 조그만 보트로 옮겨가야 한다. 다이버들 때문에 하도 바다가 오염되어 필리핀 정부에서 스쿠버나 스노클링 하는 구역에는 모터로 작동되는 배는 아예 들어갈 수 없도록 조치를 했단다. 그래서 조그만 보트로 이동을 했다.


문제는 그 보트에서 바다로 풍덩 할 때 무지 무서웠다. 왜냐면 무조건 뛰어들라고 하는데 완전히 깊은 바다였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난생처음 스노클링 하는 사람이니.


그래도 물고기 볼 생각에 꾹 참고 풍덩. 조끼도 입었겠다. 투명한 바닷속 물고기들은 정말 보석들 같았다.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마구 헤엄쳐서 딸과 멀어져서 딸이 놀라서 나를 계속 불러서 정신 차렸다. 그러다가 거북이를 놓쳐서 못 봤다. 딸은 봤다는데.. 아쉽다. 스노클링 끝난 후 다시 보트에 탈 때도 힘들었다. 내가 무거워 보트가 꼭 뒤집힐 것만 같았다.




버진 아일랜드는 스노클링 투어에서 들른 섬인데 물이 무릎 아래이고 모래가 흰색이다. 물이 정말 투명하다. 비취색 바다이다. 신기하게도 그 바다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 이전 브런치 글에 소개한 바로 그 아일랜드다.




리나우 리조트와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식당 요리들. 우리나라 곰탕 같은 요리인데 맛있었다. 리나우 식당은 팔라우에서 꽤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석양으로 유명한 알로나 비치에 갔다.


숙소로 돌아왔다. 딸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에 비해 알로나 비치가 상당히 붐빈다고 한다. 알로나 비치는 사람이 북적북적 한국사람도 꽤 있다. 우리 숙소에 한국사람 우리뿐. 그래서 좋다.

밤에 칵테일 주문해서 마시면서 이 나무 아래 누워 귀호강 눈 호강 입 호강 실컷 한다. 옆의 사랑하는 딸 손을 꼭 잡고...


바닷바람 소리며 바에게 간간이 들려오는 외국애들 이야기 소리, 그리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들이 조화로운 그 밤. 정말 좋았다. 지금도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쭈글거리는 여행가방은 꽤 비싸게 주고 산 것이다. 나는 여행가방 하면 샘소나이트밖에 몰랐는데.....

숙소를 떠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 남은 사진이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튀김을 다시 주문한다.

딸과 내가 좋아하는 마늘밥이다. 딸과 나는 구운 마늘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한다. 우리 둘이 여행 취향이 맞는 점이 있어서 다행이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에서 새해 1.1 아침 해를 맞이했다. 나는 서쪽에 앉아 건너편이어서 사진을 못 찍었지만 떠오르던 해가 멋졌다. 기장님이 방송으로 창문을 열고 멋진 새해를 보라고 하셨다.


맑고 밝게 2020 새해를 여는 해가 구름 위로 떠 올랐는데 장관이었다. 마치 구름바다 위에 솟아오르는 모습이었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창가의 사람이 갑자기 해를 찍느라 얼굴을 들이밀었다.


비행기에서 보는 바다를 닮은 하늘. 언제나 비행기를 타면 하늘을 꼭 찍는다.


다시 사진 찍게 될 그 어느 하늘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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