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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20. 2021

작가의 서랍에서 나온 여행 스케치

시골 겨울 풍경

여행 가서 스케치를 하는 멋진 모습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행스케치’라는 수강 신청을 했다. 이름부터 설레었다. 단 두 번 가고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다.


나는 제멋대로 그리는 사람이라 언제나 화실에 가면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다. 호된 지도 선생님은 아예 내가 찾지를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응모를 하고 그런 작업은 애당초 싫어하는 성격으로 그림은 그저 내 인생에 즐거움을 주면 된다는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브런치에 글 응모를 다 해 보다니 참으로 글쓰기는 좋아함을 너머 나에게 도전을 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아직도 브런치를 접속할 때 메인에 뜨는 브런치 북 당선작을 보면 왜 마음이 아픈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또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시간만 나면 글을 쓰니 옆에서 지켜보는 이는 “정말 글 쓰는 사람”되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시간만 나면 앉아서 글 쓰고 그림을 그리니 하는 말이다. 아니 그럼 내가 ‘정말 글 쓰는 사람’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하고 멍한 표정으로 대응하게 된다. 대부분 글은 ‘작가의 서랍’에 들어간다.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작가의 서랍’이라니, 브런치 팀의 감성에 가끔 탄복한다.


그때 수업 시간에도 모두 기초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시골 풍경을 제멋대로 그렸다. 선생님이 가져오신 시골집 사진이었다. 결국 칭찬 한번 듣고 그다음 시간부터 가지 못했다. 정말 열심히 가고 싶었던 스케치 수업이었다.

구석에 본명을 지우고 루씨 싸인으로~

수업에 가서 무엇을 배운다는 목적보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가 참으로 행복했기 때문이다. 야간반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어떤 때 직장이 야간에 남아야 할 경우가 생겼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아쉬운 수업으로 남았다. 선생님 말씀 듣지 않고 그린 딱 한 점의 스케치를 남기고서.


지금 선생님의 성함도 기억 못 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정말 실력도 성격도 좋은 분이셨다.


평소에 뭐 하나 마음대로 배울 여유가 없는 직장생활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뭐라 한다. 늘 뭔가 하고 있는 나. 그만큼 잘하면 되었지 뭘 배울 게 있느냐 한다. 배운다기보다 그 시간을 즐기는 내 심정을 남들은 모른다. 나는 그게 힐링이다.


언젠가는 편히 실컷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날이 오겠지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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