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2 주택이 되어버렸다
꿈에 부풀어 단독 주택을 구입한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모른 채 덥석 주택 구입을 했다. 그런데 아파트를 팔려고 하니 낡은 아파트의 시세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아파트를 팔아도 주택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을 갚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파트를 조금 싸게 내놓았다. 그런데도 낡은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없었다.
우리 아파트는 20년이 되었다. 요즘 전주는 신축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중이다.
고층 신축 아파트들이 신도시인 에코시티에 들어서면서 매수자들은 새 아파트 입주를 원한다. 지난해 11월에 46평의 매매가가 11억 원에 거래되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투자할 곳으로 부동산을 찾게 되었다. 2 주택자는 새 주택과 낡은 주택 중 하나를 3년 이내에 팔아야 한다. 이 말은 3년 이내에 기존 집 하나를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큰 요인은 새 아파트가 요즘 P가 많이 붙는다고 한다. 여기서 P란 premium프리미엄(할증료)의 약자이다. 2019년부터 급속히 신축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매수자 수요가 늘면서 분양권을 둘러싼 부동산 시장이 들썩여 왔다.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즉시 P가 오르게 되면서 수요자는 오른 만큼 돈을 더 내고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받게 된다. 대도시에서나 있어왔던 현상이 소도시에 일어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듯이 수요자가 생기니 그 상황을 노리고 부동산 교란 작전이 일어난다. 누가 주범자가 되느냐면, 불법 투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타 도시에서 몰려와서 5억 이내 부동산을 11억을 만들어 놓았다. 정말이지 전주 토박이인 나는 상상을 초월할 일을 겪고 있다. 전주에서 40평대가 그런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이해가 될 듯하다.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21506
아파트를 공인 중개 여러 곳에 내놓았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방문들도 했다.
막상 아파트를 내놓고 보니 아이들 자랄 때 벽에 눈금 해 놓은 곳이 보여 마음이 찡한 판에, 보러 온 사람들은 불평 일색이었다.
너무 집이 낡았느니 마루가 어쨌느니 붙박이장 색깔이 마음에 드니 안 드니 등등......
그런 이유로 인해 시세보다 낮춰서 내놓았는데도 불평이다. 부동산 사장님께 꼭 사고 싶은 사람만 보여주시라고 당부드렸다. 그런데 사는 입장에서는 또 비교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불과 4년 전에 비해 시세가 4천만 원이 떨어졌다. 단독주택은 조금 올랐고 신축 아파트는 왕창 올랐다.
낡은 아파트만 심하게 떨어진 것이다.
매일
아파트는 20년 넘어 낡고, 주택 또한 60년 된 낡은 건물이다. 건평 17평 대지 74평이다. 마당은 넓은데 살기에는 작은 집으로 일층의 자그만 한옥 형태다.
결국 나는 현재 1가구 2 주택자가 되었다. 꿈에 부풀었던 정원이 있는 집은 갈길이 멀어지고 이제는 집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근거리게 된 것이다. 아파트가 안 팔려서 주택을 내놓으니 이제 전주가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게 되었다.
그 여파로 주택이 팔리지 않게 되고, 상가나 나대지(건물 없이 땅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인기다. 물론 여전히 최신 아파트는 인기이며, 재계발 바람이 부는 한옥마을 옆 마을은 외부세력이 들끓는다. 참고로 내가 산 마당 넓은 주택은 이런 곳들과 관련이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최근 며칠 동안 주택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2019년 2월,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상태였으니 단독주택의 계약 잔금은 은행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았으니 팔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차액금이 많이 발생되기는 하지만 아파트만 팔리면 조그맣게나마 집을 잘 지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디자인 연구소 소장님(이후 M으로 명칭 하기로 한다)을 만났다. 주택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의논했다. 우리 현재 상황을 말씀드렸다. 혹시나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말씀드렸다.
그분은 어치피 상담 후 열 번 만난 후에도 짓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디자인을 말씀드렸더니 도안을 3차원으로 그려서 보여주셨다.
단독주택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며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다시 주택을 팔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아니면 아파트가 팔릴 때까지 무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멋진 집 짓기는 먼 이야기가 되었다. 소장님께도 후일을 기약하자고 말씀드렸다.
가는 시간을 무한히 기다리는 것은 지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세 가지 중에 선택해야 했다.
1. 최소한의 금액으로 시공을 맡기기.
기존 건물(60년 된 시멘트 블록조)의 골조를 튼튼히 보강한 후 공방으로 사용하다 팔기.
2. 아파트를 더 낮춰서 팔고 그 돈으로 단독주택을 증축하기.
3. 아파트는 유지하고 남편이 인테리어 해서 고쳐서 팔기, 또는 퇴직할 때까지 임대했다가 근린생활(상가)로 바꿔 퇴직 후 공방으로 사용하기.
우여곡절 끝에 3번 남편이 '인테리어 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목공에 소질이 있다. 말년은 여행하면서 사진 찍고 시골 땅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면서 사는 것이 꿈이다.
나는 시내에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지만 가족이 함께 할 공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아파트가 팔리면 시내에 가족이 함께할 공간을 짓고, 한쪽에 나의 공방을 차리기로 했다.
남편은 카메라 렌즈나 목재에 관심이 많다. 목공 장비를 거의 갖추기에 이르렀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평생 준비한 부분이다. 현 직업이 목수는 아니다.
그래서 단독 주택에 장비를 가져다 놓고 내부 인테리어를 손수 시작했다. 휴일 등을 이용해서 하다 보니 일이 더디게 흘렀다. 그러나 급할 것도 없었다.
주택 내 내력벽(골 조벽)을 놓아두고 가벽(커튼벽, 쉽게 허물어지는 벽)을 허물어 작은방을 크게 합쳤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던 어느 날 위에 언급한 디자인 사장님 M이 나타났다. 몇 차례 찾아왔다.
자기네 회사에서 우리 주택을 4년 임대하고 임대료 대신 인테리어를 해 주겠다고 했다.
바로 공방으로 사용할 상황도 아니었고 인테리어 할 시간과 비용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이득이 맞았다.
디자인 연구소에서 나의 단독주택의 주택임대를 하기로 종이에 우리끼리 계약 도장을 찍었다.
그가 계약금을 준다는 것을 문서에 썼지만 단 10원도 받지 않은 채 그들이 집을 잘 가꿔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달 내는 주택 경비 금액 4만 원 정도는 그가 냈다.
전화를 하면 공사를 곧 시작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한번 들러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집이 귀신 나오게 방치되어 있었다.
놀라서 공인중개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계약서를 너무 허술하게 썼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후기>
처음 도시에 집을 샀을 때 나는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상태였다. 꿈만 많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니 많이 헤맸다. 이 글을 썼을 당시 앞이 캄캄했다. 남편 장기 여행 때 덜컥 시내의 집을 나 혼자 계약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위해 M소장도 내가 소개한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