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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Sep 24. 2021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미운 곳 처리하기

해바라기는 웃는 얼굴 같다. 공간 모닝의 간판 중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다. 울타리 위 네모 긴 박스다. 조명 색도 흰색이라 조금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데 뒷면은 검정 천에 나사들이 보인다.

담 위의 검은 긴 박스

건물 안에서 마당의 전경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담장 위 검은 긴 박스가 자꾸만 내 시선을 괴롭힌다.


아크릴 물감을 주섬주섬 챙기고 선보넷 모자를 쓴 후 색칠을 했다. 한낮의 가을볕에 곡식이 익기 전에 나의 살갗이 익으려고 한다.


바탕만 대충 칠해도 검정보다는 낫다. 꽃을 그려볼까. 역시 웃는 해바라기를 그리자. 대충 그렸다. 뭐 어차피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으니까. 뜨겁고, 바로 아래 꽃들 사이의 그늘에 있는 모기에 물리는 사태가 일어 얼른 대충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검은색에 비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안에서도 봐줄 만하다.



연가 병가


오늘 조퇴를 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서 약을 타고나서 공간 모닝에 왔다. 무려 30년 동안 직장 생활에서 연가를 마음껏 써보고 살지 못했다. 늘 최선을 다해서 직장생활을 해 왔다. 이제 내가 쓸 수 있는 연가를 모두 사용할 참이다. 다행스럽게도 비담임에 오늘은 오후 수업이 없다.


교사는 방학이 있지 않느냐 한다. 담임을 맡으면 방학 때 출근해서 지도해야 한다. 없어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 '보충수업' 때문이다. 나의 경우 주요 교과도 아니며 보충수업 지도교사도 아니지만 반 학생들이 등교하니 함께 출근해야 했다. 비담임의 경우 단체 교육 연수를 받아야 한다. 아무튼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반 기업의 직장인에 비해 훨씬 나은 조건에서 근무해왔다는 것에 반박할 수가 없다.


우리 큰딸, 직장 다니느라 고생하는 걸 보면 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먹고사는 일이 다 힘들다.


혼자 그림 그리고 앉아 멍하니 밖을 보는데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여름에 볼품없는 아스타를 여러 포기 사서 심은 후에 잊어버렸는데 여기저기 피었다.

아스타 (왼쪽)
숙근버베나
허브 /난타나

엊그제 잔디를 깎고 너무 배고파서 정신없이 만두와 비빔면을 해 먹었다. 왔다 갔다 하다가 면이 불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꿀맛이었다.

오늘은 공간에  딸이 친구들과 함께 일박을 하러 온다. 아이들을 위해 잠시 후면  공간을 내어줄 것이다. 아이들이 즐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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