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에 대하여
영어 제목이 아주 긴 책이에요
마크 해든의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 time : ) 한밤 중에 개에게 생긴 일>
표지에 개 한 마리가 달랑 거꾸로 그려져 있으며 눈부신 빨강이어서 시선을 끌죠.
아마도 주인공이 빨간색을 좋아한 탓일까요?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자폐아예요. 흔히 말하는 정상(normal)이 아니죠. 그래서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사는 거예요.
쉬운 농담(jokes)이나 은유(metaphors)를 모르며 목록을 만들거나 실제 하는 사실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며 그런 상황에서만 안정이 되고 위안을 받아요.
특히 신체적 접촉을 싫어해서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싫어해요. 다만, 엄마 아빠와 손으로 터치하는 것이 유일하게 허용하는 신체 접촉이에요. 영화 레인맨을 봤다면 주인공이 어떤 성향인지 쉽게 이해할 것 같네요.
색에 대한 성향도 분명해서 노랑과 갈색을 끔찍이 싫어하며 빨강과 메탈(금색계열)을 좋아해요.
심지어 먹는 것도 노랑과 갈색 계열은 먹지 않고 아침에 창밖의 차를 봤을 때 노랑이나 갈색이 지나가면 하루 종일 더욱 우울에 빠진답니다.
감정에 있어서 슬픈 것과 좋은 것만 알고 나머지의 미묘함을 모르며 자아 중심이기 때문에 타인이 어떤 상태에 빠졌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크리스토퍼는 사회적 소통이 어려운 상태죠. 그런데 어느 날 앞집 개가 문 앞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해요. 누가 이 개를 죽였는지 파헤치기 위해 소설을 쓰는 탐정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돼요.
이제껏 자신의 세계에만 살았던 크리스토퍼는 이웃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죠.
하지만 용기를 내어 추리를 해 나가는 데 결국, 아버지가 개를 죽인 것을 알게 돼요. 더구나 심장병으로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런던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정상인으로 살면서 갖게 되는 고통과 삶의 희로애락을 크리스토퍼는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나서 나간 엄마보다도 그 사실을 숨기고 말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요.
더구나, 개를 죽이다니... 이제 곧 아버지가 자신도 해칠 것만 같아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두려움으로 크리스토퍼는 아버지를 믿을 수 없게 되어 집을 나와 런던행을 결심하게 돼요. 사회적 장애를 안고 있으며 사람들의 부딪힘에 소리 지르고 신음하는 크리스토퍼로서는 대 장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지는데요.
크리스토퍼가 옷장에서 엄마로부터 온 편지들을 발견해 읽은 후 아버지를 믿을 수 없어할 때, 아버지가 또 다른 진실을 털어놓아 더더욱 자식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이 부분이 마음이 아파요.
크리스토퍼는 '이해'란 단어는 가질 수 없기 때문에요. 다만'실제(fact)'만을 보는 아이예요.
너무나도 어려운 '이해'란 것은 아버지 본인도 어려웠던 일이지요. 그 자신도 부인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정상인들은 끊임없이 이해를 요구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해 달라고 해요. 그러나 정작 이해가 가능한 일은 쉽사리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요.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인 듯해요.
사회적 비 정상인인 크리스토퍼는 실제(fact)만을 고려하여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요. ‘오캄의 면도날’ 같은 논리지요. 때로는 감정을 소모하는 대신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인 방법인 것 같아요.
간결한 문체로 수학과 통계를 첨가하면서 주인공의 이야기체로 써 내려간 소설이에요.
그저 현실을 나열하고 감정이입을 많이 하지 않음으로써 읽는 사람에게 나머지를 맡겨요. 그래서 더욱 마음에 찡한 울림이 남는가 봐요.
아버지와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 크리스토퍼에게 아버지는 ‘5분 동안 ’ 시계를 맞춰놓고 대화를 시도해요.
하루에 단 5분 동안 만이라도 가족과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용서를 구해요. 절대 다시는 크리스토퍼를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선물을 보여줘요. 바로 강아지예요.
크리스토퍼는 마음을 열고 아버지와 말을 하게 되지요. 그 후 수학에 A를 받은 크리스토퍼는 대학 진학을 결심해요. 소설은 크리스토퍼의 꿈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면서 결론을 맺지요.
크리스토퍼의 부모님이 재결합을 할 것인지, 여전히 그 상태로 남을지 알 수는 없어요. 그러나 크리스토퍼가 부모 양쪽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점차 사회 속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는 점이 암시돼요.
한마디의 따뜻하며 진심이 담긴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책이에요.
질문 1)
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이웃집 개를 죽였을까요?
질문 2)
정상인이라는 정의는 무엇일까요?
질문 3)
당신은 하루에 단 오분간이라도 가족과 진심 어린 대화를 하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