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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Nov 22. 2020

대아 수목원 하이킹

금낭화 필 때 다시 만나리

온 산을 물들이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버렸다. 이제 단풍을 보려는 흥분은 가라앉히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이킹을 준비한다. 건지산, 황방산, 구이 저수지 둘레길, 군산 청암산, 상관 편백나무 숲 등 전주 근교에는 하이킹 장소가 즐비하다.


그중 대아 수목원으로 정한다. 토요일 아침 일찍 장소를 선정하고 출발하는 토요 하이킹이 요즘 '토요 즐거움'이 되었다.


어제 비 온 후라 제법 쌀쌀하다. 안개와 산너머 자신의 존재를 온 세계에 알리는 동녘의 햇살로 인해 층층이 된 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런데 자꾸 네비가 이상한 곳으로 안내한다. 알고 보니, 내가 네비에 목적지를 잘못 말했다. 머릿속은 대아수목원이었는데 고산 자연휴양림으로 찍었나 보다.

목적지에 다 달았습니다

라는 멘트를 듣고 보니 고산 자연휴양림이다. 입장료도 내야 할뿐더러 등산로를 따라 하이킹을 할 목적이었으니 오던 길로 되돌아 간다.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

고산 자연휴양림 입구

되돌아 가는 길에 이른 새벽부터 아이 둘이 떨어진 낙엽을 열심히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다. 창문을 내려 아이들에게 "누가 낙엽을 치우라고 했니?" 하고 물으니

아니요! 그냥 하고 싶어서요.

라고 답한다. 너무나 귀엽고 씩씩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뭐 맛난 것이라도 있으면 주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커피만 달랑 들고 나왔다. 대신 칭찬을 남기고 돌아온다. 어떤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놀러 가자고 해도 늦잠을 자는데 생각할수록 귀엽다. 아이들 부모님께서는 흐뭇하시겠다.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느낀다. 아이들의 낙엽 쓰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게 느껴져 나도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려 같이 하고 싶어 진다.


하늘은 푸르면서도 청명한 색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찾았다. 바로 하늘색, 스카이 블루다. 그중에서도 홀베인 수채물감 망가니즈 블루 노바. 우리말로 맑은 하늘색이라고 할 수 있다. 외우기도 어렵지만 색이 참으로 투명한 하늘색이다. 오늘의 하늘은 망가니즈 블루 노바(맑은 하늘색)와 코발트블루(진한 파랑)가 어우러져 자꾸만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그런데 산의 저편에서 이 쪽을 향해 손짓하고 있나 보다. 어서 산에 오르라는 듯.


입구에 잘 만들어진 쉼터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탓인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오른편으로 꺾는 하이킹을 선택한다.

맨 왼쪽이 제1 전망대, 중간이 제2 전망대, 오른편이 제3 전망대로 두 번째로 높다. 전망대 별로 각각 하이킹을 할 수 있고 각각의 전망대는 능선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지난가을 단풍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왔는데 이제 모두 져 버렸다. 그래도 나는 나무의 잔가지들을 사랑한다. 강한 해님을 보니 눈이 부시다.


최근에 제3 전망대로 가는 길을 정비한 모양이다.

길을 내기 위해 나무들이 잘려 옆에 쌓여있다. 나무에게 미안하다. 우리가 오르자고 저 애들이 잘려 나갔다.

하이킹하는 사람들을 한 두 명 보게 된다.
상수리 나무 열매는 사람에게 뺏기지 않고 다람쥐가 잘 가져갔기를...

나무들이 울창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대아 수목원은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치장을 하지 않은 나무가 모여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적막한 겨울 산은 이 상태로 좋다. 햇살이 따뜻하니 마음은 훈훈하고,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여기 있으니 나 역시 아무것도 꾸밀 이유가 없어진다.


서리 내린 낙엽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예쁘다. 그런데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미끄럽다.

금낭화 피는 계곡,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서 피며 5-6월에 개화한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한다. 꽃말도 착하다. 온 산이 금낭화로 뒤덮인다고 한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본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오르막에 바닥을 보니 낙엽의 모습이 바뀐다. 이끼 낀 나무의 뿌리가 연륜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습하니 조심하라 이른다.


너른 잎으로 바뀐 곳이 나왔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가파르고 습하여 미끄럽다. 밧줄을 꼭 잡고 올라야 한다. 아이들은 위험할 것 같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자락과 나무들, 이것을 보려고 오를 것이다.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이 기가 막히다. 흘린 땀은 바람이 씻어주고, 휑한 마음은 뜨거운 커피가 안아준다.


내려오는 길에는 핸드폰을 넣는다. 어제 비가 내린 후라 낙엽이 미끄럽다. 주의를 했음에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다리 일자 찢기 한번 하고 놀라서 지팡이와 옆의 로프를 잘 잡고 내려온다.


다 내려오니 이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라지만 이 곳에 오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야외니까 마스크 잘 쓰고 가볍게 하이킹하는 곳으로 안성맞춤이다.

밖으로 나오니 맛있는 것들이 단박에 나를 이끈다. 이 곳은 곶감으로 유명하다.


붕어빵, 어묵, 그리고 반건시 곶감을 산다. 맛은 어떨까?

따뜻한 붕어빵에 어묵 국물은 언제나 환상의 조합이다. 그리고 달달하고 약간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반건시 곶감 맛은 이 곳의 특산물인 만큼 일품이다.


금낭화 필 때 다시 오기로 한다. 안녕, 다시 만나자.



어떤 브런치 작가님께서 금낭화와 은방울 꽃이 비슷하게 보이신다 하여 그림 첨부합니다. 대부분 어여쁜 핑크색입니다. 금낭화 중에는 토양에 따라 흰색도 있기는 있더군요. 두 꽃 모두 대롱대롱 긴 줄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서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얗고 조금 더 작게 올망 졸망 한 종 모양이 은방울 꽃입니다. 은방울 꽃 꽃말은 '기쁜 소식, 사랑, 행복'이라고 합니다. 두 꽃 모두 귀여운 모양처럼 예쁜 꽃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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