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사들고, 변산 바다로
코로나 시국에 음식점에서 마스크 벗고 식사를 하는 행위를 가급적 피하고자 나의 맛집, 김밥집에 간다. 김밥이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 나는 이 집 김밥이 정말 맛있다.
오늘은 예쁜 하늘을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잔뜩 낀 구름 사이 햇살이 환해진다.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릴 곳에 도착했다.
대지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우던 화랑의 정신으로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젊은이의 기백을 느껴본다. 이제 2023년에 이곳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린다.
오늘 하늘이 어두운 회색빛이다. 그럼에도 답답한 곳에 있다 나오니 좋기만 하다.
다시 차를 타고 변산 마실길 1코스 새만금 방조제 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바라보이는 신발이 있는 곳을 향해 가면 오르막이 있다. 부안 변산 마실길 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가족동반으로 갯벌체험이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곳 같다. 수시로 올 때마다 썰물 때면 가족단위 갯벌 체험단을 보게 된다. 지금은 밀물이라 사람이 단 한 명 보인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갯벌 좀 그만 괴롭히면 좋겠다. 맛소금이나 그런 것을 뿌려 맛을 채취하기도 하는데 환경에 아주 좋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얼마 남지도 않은 조개를 그냥 살려두면 안 되는 것일까.
채취를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이라면 합법적으로 어떤 시기를 정하여 채취하도록 한다면 좋을 듯하다.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갯벌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라 여긴다.
관광과 개발도 좋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좋겠다. 호주에 갔을 때 바닷가에 살아있는 조개들이 많았는데, 일부러 채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잡아도 놓아줘야 한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법으로 엄히 다스리기 때문이다. 물론 아까워서 혼났다. 맛있게 생긴 조개가 많았던 곳이었다.
지난해 봄철에 왔을 때, 꽃동산이었다. 겨울이라 황량하지만 바닷소리 들으며 산길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군인들이 보초를 서던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데이지 동산이다.
샤스타데이지는 '꽃말이 만사를 이해한다. 순진. 평화'라고 한다. 나는 지금 평화의 동산에 올라 바다를 보고 있다.
금서 자락, 거문고를 켜며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란 뜻이라 한다. 거문고 금. 글서. 스스로 자. 즐거울 락. 여기 둘레길은 곳곳에 이런 한자와 시가 쓰여 있다. 한자 공부 게을리한 나는 읽지 못하는 글자가 간간히 있다. 음악을 즐기고 글을 읽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란 뜻인 것 같다. 나의 큰 즐거움은 여행과 먹방이다.
젊은이들 몇이 걷고 있다. 아마 타지에서 온 듯하다.
이 친구들을 제외하고 이 길을 걷는 이들은 나와 친구밖에 없다.
키 큰 나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겨울이라 해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 밀물 때니까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물이 이곳까지 차겠지 싶다.
바위를 때리는 밀물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밀물처럼 밀고 들어오다' 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다.'라는 표현이 있나 보다.
저 멀리 아까 봤던 젊은이들이 모래사장에 있다. 역시 젊어서 빨리 걸은 것일까? 나는 나이 드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걸음이 늦다. 나무하고 말도 하고 밀물 구경도 한참 한다.
갈대밭이 예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 늦을 수밖에. "그러다가 넘어진다. 정말 그만 사진 좀 찍으면 안 되니?" 친구에게 핀잔을 듣는다. "에잇, 그냥 혼자 올걸. 카메라를 안 들고 와서 사진도 잘 안 나오네." 나는 혼자 투덜거린다. 사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겁 많은 나는 혼자 다니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친구가 있어 좋기는 좋다."알았어, 이것만 찍고."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제 위 도로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도로로 나와야만 하도록 둘레길이 나 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의 한쪽을 가림막을 해 주던지 해야 할 것 같다. 통행로와 차도 구분이 오로지 선 하나다.
이곳의 유명한 관광지 안내다. 내가 가 본 곳만 찍었다. 부안 내소사가 유명하지만 개암사도 조용하고 아름답다.
대학시절에는 채석강에 가면 연인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어서 연인들 금기시되던 구역이었다. 지금은 연인들이 즐겁게 가는 장소다. 그 주위에 횟집이 많다.
팔각정에 올라 바다를 한번 더 본 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바닷길에서 산과 밭길로 다시 바닷길로 끝없이 이어지는 부안 변산 둘레길에 나그네가 거의 없어, 해님이 나를 반기듯 바다를 잠시 비춘다.
오금이 저린 지점으로 위에서 언급한 그 지점을 다시 지난다. 사진으로 보니 덜 무섭게 보인다. 밀물이 더욱 밀려와 무섭게 소리친다. 노약자는 주의를 요하는 둘레길이다.
동영상의 한컷이다. 밀물 소리가 들리기를...... 돌아오는 길에 보니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왔다. 멀리 풍력의 날개가 돌고 있다.
조그만 흰 선 두 개.
여기 둘레길 1코스 시작하는 꽃동산을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포들이 선물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재일 교포들이 자신의 뿌리의 나라를 위해 식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고마운 행동이다. 그들의 바람은 마음 만이라도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 염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리워할 모국어인 한글로만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2023년 5월 말 부안 마실길 1길에 샤스타데이지가 만발했어요. 다음 글을 링크합니다.
https://brunch.co.kr/@campo/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