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퍼스씨네이십일 Mar 09. 2017

<해피투게더> 아휘의 애정볶음밥

해방촌의 춘광사설


<해피 투게더>의 연인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중국이 아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함께 산다. 보영은 말도 없이 떠났다가 돌아와서 침대를 점령하고 아프다 칭얼댄다. 그야말로 ‘민폐갑’인 보영의 사랑은 이기적이고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중식당에서 일하는 아휘는 퇴근 후에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보영에게 밥을 먹이고 그를 어루만진다. 어느 날 아휘가 앓아 눕는다. 보영은 아휘가 아픈 것을 알면서도 열에 취해 잠든 아휘를 흔들어 깨운다. “배고파, 밥 줘.” 아휘는 짜증을 낸다. “너 진짜 너무한다. 아픈 사람한테.” 물론 다음 장면에서 우리 모두가 예상하듯 아휘는 프라이팬을 들고 요리를 하고 있다.



보영은 아휘가 만든 볶음밥을 먹는다. 별로 고마워도 안 하고. <해피 투게더>의 원제인 ‘춘광사설’은 잠깐 비치는 봄 햇살이라는 뜻이다. 한번도 찬란한 적 없어 보였던 아휘와 보영의 연애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는 춤을 추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 밥을 먹던 때가 아니었을까. 아휘가 보영에게 해주는 볶음밥은 감정이 뒤죽박죽된 채로 이어나가는 연애, 그리고 집착처럼 변해버린 아휘의 애정이 담겨 있다.


<해피 투게더>의 원제와 동명인 술집 ‘춘광사설’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도 구석진 골목에 자리해 있다. 이 산꼭대기 골목에 용케도 상업지구가 형성된 해방촌에서도 메인 거리를 뒤로 하고 주택가 구석에 숨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홍콩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는 인테리어, 영화 스틸이 곳곳에 숨어 있고 벽면에는 흐릿하게 <해피 투게더>가 영사 중. 한쪽에선 계속 탱고가 흘러나온다.


사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해피 투게더>를 처음 봤을 때 보영은 나쁘게만 보였고 아휘는 불쌍해 보였다고. 하지만 10년이 지나 다시 본 보영과 아휘의 사랑은 온전한 사랑으로 보였다고. 아휘가 보영에게 ‘있는 재료로 후딱’ 만들어줬을 볶음밥보다 달걀도, 소시지도, 채소도 듬뿍 들어간 춘광사설의 볶음밥을 먹으며 계속 리플레이되는 탱고를 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이름을 한번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그 도시는 서울에서 너무 멀다. 너무 먼 이과수폭포 대신 그리고 홍콩 대신 훌쩍 해방촌 춘광사설로 여행을 떠났다 오는 것도 좋겠다.


춘광사설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26길 11-20
전화 010-8933-8784
영업시간 예약 후 방문(월·화 휴무)

작가의 이전글 게임 덕후 <어쌔신 크리드> 이렇게 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