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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Jan 18. 2017

게임 덕후 <어쌔신 크리드> 이렇게 봤다

한발 늦은, 겜덕후가 본 ‘어쌔신 크리드'

(스포일러 다소 포함)


2007년, 어쌔신 크리드가 처음 게임시장에 출시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어쌔신 크리드는 9개의 후속작을 내놓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고 마침내 실사 영화를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헌데 원작게임은 항상 높은 평가를 받으며 역대 게임들 중 상위권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영화는 다소 저조한 성적을 내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게임 원작 영화들이 그렇듯 ‘어쌔신 크리드’도 일반 관객과 원작의 팬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기에 영화는 게임 ‘어쌔신 크리드’를 따라잡지 못한 것일까. 원작 게임의 팬으로서 영화 ‘어쌔신 크리드’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따져본다. 

영화의 장점을 먼저 꼽아보자면 원작게임에 충실한 분위기재현을 들수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원작의 심볼, 무기, 기술들을영화속에 잘 녹여냈다. 어쌔신과 템플러의 심볼, 애니머스, 어쌔신의 히든블레이드와 후드달린 복장 그리고 게임의 상징적 기술인 신뢰의 도약 등을 빼놓지 않고 영화 속에 재현해놨다. 다만과거를 보는 기계인 애니머스는 감독에 의해 디자인이 바뀌었지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원작보다 나았다. 역동적인 작동방식으로 과거를 보여주는 연출은 가히 압도적이였다. 암살단의 액션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갑옷의 빈틈을 찌르는 암살단의 무술과 건물과 건물 사이를 민첩하게 뛰어다니는 파쿠르 액션은 여느 액션영화에 뒤지지 않았고 원작의 게임성을 잘 표현해주었다. 특히 중후반부에 주인공이 펼치는 신뢰의 도약은 팬들을 위한 헌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원작에 뒤지지 않는 박력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코티아르의 연기도 안정적이고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연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가장 큰 단점들을 꼽자면 매력적인 주인공의 부재, 지나치게 짧은 액션과 늘어지는 이야기 진행 그리고 원작 설정에 대한 부족한 설명탓에 완전히 보여주지 못한 원작의 매력이다. 


 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하며 암살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게임 속 캐릭터는 자신만의 사연를 가지고 있으며 미션을 해결함에 따라 눈 앞의 고난을 넘고 정신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진행하며 그렇게 성장하는‘매력적인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되고 스토리에몰입한다. 안타깝게도 영화 ‘어쌔신 크리드’엔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주인공 ‘캘럼 린치’는 살인죄로 사형받았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보았다는 진부한 설정 이외엔 독특한 사연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인물의 고뇌도 깊게 표현되지 않으며 주인공의 성장도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했다. 그저 조상인 어쌔신의 기억에 점점 물들어가는 면만 부각되었고 그마저도 광기어린 모습으로 연출되기에 관객들이 그에게 감정이입하기가힘들었다. 또다른 주인공인 아귈라르는 대사가 거의 없고 오직 액션만 보여주는 캐릭터다. 출연 비중이 적기에 아귈라르의 사연이나 뒷이야기는 거의 없는 상태고 대사가 적어서 심리도 정확히 알기 힘들다. 따라서 관객은 두 주인공 중 어느 누구에게도 몰입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조력자인 ‘소피아 라이킨’이 겪는 아버지와의 갈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버렸기에 ‘캘럼 린치’와 ‘아귈라르’가 곁가지가 된 느낌이다. 

 영화의 액션은 호평이지만 그 분량은 혹평이다. 원작 게임은 현실파트의 비율이 적고 과거파트의 비율이 매우 크다. 허나 영화는 두 이야기의 비율을 역전시켜버렸다.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변화에 중점을 둔 현실파트는 느린 템포로 진행된는데이 현실파트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다. 감독이 현실파트에 ‘소피아’와 그녀의 아버지 사이의 갈등, ‘소피아’의 ‘캘럼’에 대한 동정, 시설 속 실험체들, 템플러 조직의 야망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기에 일어난 일이다.그러다 보니 장르가 액션영화임에도 전개속도가 느리고 이야기가 지루하게 되버렸다. 액션이 짧기에 과거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줄어들었고어쌔신인 아귈라르를 더 세밀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쳐버렸다. 어쌔신에 대한 영환데 어쌔신의 분량이 적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분량 조절 실패로 발생한 또 다른 단점은 영화가 원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작 게임의 설정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영화는 왜 암살단이 인류의 자유의지를 수호하고 왜 템플러는 자유의지를 말살하려 하는지 그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그때문에 단순히 주인공이 암살단이니 암살단이 옳은 것이다 라고 어물쩍 넘어가는 모양이 되버렸다. 게다가 작중 가장 중요한 유물인 선악과도 어디서 나타난 물건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암살단과 템플러는 그것을 손에 넣어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전무하다. 원작에서 두 집단의 가치대립과 유물의 존재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안다면 영화에 적잖이 실망할 것이다. 

원작 속 암살단의 철학과 템플러 철학의 대립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치환 될 수 없는 문제다. 각 집단은 개인과 집단, 자유와 질서라는 서로 반대되지만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두가지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에 대해 플레이어에게 철학적 고찰을 유도하는 것이 원작의 묘미 중 하나였다. 또한 영화에선 선악과, 원작에선 에덴의 조각이라 불리는 유물은원래 인류 이전의 외계세력이인류를 조종해서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든 리모콘이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유물로 묘사되며 유물을 수호하는 암살단이 왜 중요한지, 왜 템플러가 이 유물을 원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물건이고 게임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아무리 게임과 영화가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중요한 가치대립과 원작 설정을 삭재해 버렸으니 팬들이 영화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쌔신 크리드’는 여타 게임원작 영화처럼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결과물이였다. 이렇게 매력적인 설정을 왜 영화로 살리지 못한걸까, 게임은 해보고 만들었나 라는 질문을 감독의 멱살을 잡고 묻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도 제작사가 총 3부작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뜻을 비췄으니 후속작은 전편을 교훈삼아 더 나은 ‘어쌔신 크리드’가 되길 바란다.

이제까지 너무 많은 게임원작 영화가 평가 또는 흥행에 참패하면서 게임원작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구축해버렸다. 허나 많은 게임들이 영화 못지 않은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제대로된 게임 영화를 만들 감독이 아직 나타나지 못했을 뿐이다. 언젠가 원작을 완벽히 이해하고 영화로 원작 게임의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게임원작 영화가 나타나길 바란다. 


글 박형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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