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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Apr 14. 2017

[무비 앤 잡] 수입사_마켓에서의 밀당 기술

티캐스트 송유진 차장이 들려주는 수입 업무 2탄


베를린 영화제

 

지난호에 이어 마켓 소개를 이어가겠습니다. 영화제 측면에서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8월에 베니스국제영화제(이하 베니스영화제)가 열립니다. 여전히 3대 영화제로 불리지만, 베니스까지 가서 필름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급이 많이 떨어졌죠. 한때는 밀라노에서 MIFED 방송 마켓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베니스와 밀라노, 둘 다 이탈리아란 연결성으로 인해 지금보다는 좋았던 시절이었는데, 10년 전부터 시장이 죽었죠. 지금은 한국영화를 팔러 가는 경우는 있어도 외국영화를 수입하러 베니스에 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9월에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토론토영화제)에 많이 가고 있습니다. 1월에 열리는 미국 독립영화 위주의 선댄스영화제보다는 좀더 상업적이고, 영어권 영화들이 더 많이 선보이는 시장입니다. 이것저것 병행할 수 있는 중간급 영화 마켓이라고 보면 됩니다. 때문에 회사의 성향에 따라서는 11월 AFM(American Film Market)을 가지 않고 토론토를 가기도 합니다.


AFM 풍경

10월에는 자랑스럽게 한국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열리며, 동시에 ‘AFM(Asian Film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영화제 마켓이 진행됩니다. 해운대에 벡스코라고 서울의 코엑스 같은 곳이 있는데, 그 전시장 안에서 열립니다. 호텔에서 한 적도 있었는데 몇년 전부터 벡스코로 옮기면서 3월 홍콩의 Filmart만큼이나 규모가 커져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마켓을 간다고 했을 때는 부산은 필수입니다. 거래처들이 꽤 많이 오기 때문에 좋은 구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 수입 업무의 시작 단계라면 해외 출장 전에 AFM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거래처와 자연스레 안면을 트면서 내년에 칸에서 보자고 하는 겁니다.  

11월에는 마켓 중에 칸과 쌍벽을 이루는 ‘AFM(American Film Market)’이 열립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아무래도 상업영화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 상업 영화사라면 필수적인 마켓이긴 합니다. AFM은 미국 LA 샌타모니카에서 항상 열리는데요. 베를린이나 칸에 비해 출장지로는 조금 삭막한 느낌입니다. 유럽쪽을 더 좋아하는 제 성향 탓인지는 몰라도 LA는 서울이랑 비슷한 느낌의 환경에서 일하는 것 같거든요. 대신 칸은 오피스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데, AFM은 동선이 편리해요. AFM은 샌타모니카의 중심가 해변가에 있는 로우스 호텔에서 거의 다 이루어지거든요. 층만 왔다 갔다 하면 되니까 편리하죠. 상영관 갈 때만 셔틀 타고 가서 보고 돌아오면 됩니다. 미국답게 조금 편리한 것은 있되 당연히 영화제는 아니니까 행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업계 사람들의 사무적인 느낌이라고 추측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TF’는 방송 마켓이기 때문에 갈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토론토 영화제 기간 중 거리 풍경

지금까지 수입업자들이 가는 주요 마켓을 훑어봤는데요. 이런 시간 흐름으로 1년 출장을 다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깐느는 1순위이고, 다음으로 회사가 예술영화쪽이면 베를린을, 상업영화쪽이면 AFM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가 혼합되어 있는 트렌디한 영어권 영화를 원한다면 네 번째로 토론토를 추천합니다. 즉 2월 EFM, 5월 칸, 9월 토론토, 11월 AFM, 이렇게 4개의 마켓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거의 가지 않는 출장이지만, 회사의 성격에 따라 갈 수 있는 영화제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회사라면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전세계 애니메이션이 모이는 영화제로, 월드 프리미어가 많이 선보입니다. 또 미국에서 열리는 SXSW라는 영화제가 있는데, 선댄스보다 더 인디하면서 더 미국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동성애 소재라든지 서브 컬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수입사라면 들려볼만할 듯 합니다. 실제로 동성애영화만을 수입하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부천과 유사한 성격의 판타스틱영화제도 있습입니다. 시체스는 장르물(SF, 호러, 판타지물)에 최적화되어 있는 유명한 영화제입니다. 앞으로는 회사들이 더 전문적으로 세분화될 수 있으니까. 방문할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또 ‘국가별 상영회’라는 것도 있어요. 이름이 생소하시죠? 영화제나 마켓은 아니고요. 우리나라에 영화진흥위원회라고 있잖아요. 줄여서 ‘영진위’라고 부르는데, 들어보셨죠? 이렇게 나라별로 위원회가 다 있는데, 각국 기관마다 초청행사가 열립니다. ‘유니프랑스(Unifrance)’는 프랑스 위원회에서, ‘Italian Screenings’는 이탈리아 위원회에서, ‘German Film Previews’는 독일 위원회에서 여는 행사입니다. 저도 지금 얘기한 행사는 다 가봤습니다. 유럽영화쪽 수입 일을 쭉 하다보니 바이어로서 어느 정도 등급이 생기고, “우리 프랑스영화를 착실하게 잘해주네, 이탈리아영화를 잘 배급하네” 하는 신용이 쌓이게 되죠. 그런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별 상영회를 할 때 초청장이 옵니다. 상영회에 가면 파는 사람, 에이전시들도 오기 때문에 거기서 계약을 할 수도 있고요. 상영도 하고 미팅도 하지만 행사의 성격상 좀더 네트워킹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가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은 행사도 있습니다. 나중에 유럽영화 하게 되면 이런 기회도 있다는 것을 참고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복습해볼게요. 만약 마켓 출장을 한 곳만 가야 한다면 어디를 가야 한다고요? 깐느라고 말씀을 드렸죠. 벌써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5월17일 시작이네요. 따라서 늦어도 4월 중순부터는 미팅 스케줄부터 회사별 영화 목록 파악 등 출장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를 전 ‘독서실 모드’라고 말해요. 공부를 해야 공략할 ‘타겟 리스트’가 나오겠죠. 그리고나면 타겟 리스트에 대한 사전 작업이 또 필요합니다. 해당 회사에 적어도 관심이 있다는 의사표시는 해놔야 하는 거죠. 그래야 팔려고 하다가도 우리에게 한 번 물어보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우리가 더 좋은 조건에 살 수도 있는 거고요. 보통 구매 작업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정말 사고 싶은 영화라면 사전작업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에요. 


발 빠른 곳은 출장 전에 미리 선점을 해버리기도 하는데요. 특히 요즘 한국회사가 이런 경향이 심합니다. 물론 파는 회사에서 오픈을 미리 안 해줄 수도 있어요. 마켓 시작하면 팔 거야, 라고요. 하지만 가격이 어느 정도 맞아지면 출발하기도 전에 팔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비행기도 타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 말은 출발 전부터 한 순간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올 2월 베를린의 성적이 워낙 안 좋아서 그런지 빈손으로 돌아온 회사가 꽤 많았습니다. 구매를 시도했다가 실패를 했다든지, 저처럼 목표한 영화가 있었는데 봤더니 좀 별로라든지. “돈 들여서 왔는데 뭐라도 하나 건져가야 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어설프게 사면 정말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확실한 재미나, 흥행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안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주변을 취재해봤더니 제가 아는 한 10여개의 회사들이 다 빈손으로 오신 것 같아요. 그래서 5월 깐느는 느낌상으로 격전이 벌어질 것 같아요. 저는 그 진흙탕 싸움, 치열한 접전에서 또 눈에 피가 터질지 모르겠어요.



진짜, 수입 일을 하려면 체력이 중요해요. 시차와 현지 적응력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글로벌 문화에 익숙하고, 음식도 잘 먹고, 물 바뀌는 거 괜찮고, 비행기를 타도 끄떡없는 분들에게 최적의 직업이기는 하죠. 저도 원래 그랬어요. 꼬맹이 때는 시차도 거의 못 느끼고, 출장 가서 잠도 잘 자고요. 그랬는데 3년 전부터, 달라요. 시차가 며칠 더 가고, 비행기 타는 것도 틀리더라고요.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의 좌석 차이는 참 큽니다.(웃음)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몇 번 타봤는데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나중에 승진하면 비즈니스를 타더라도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다 이코노미 타잖아요. 체력이 주변적인 조건이기는 한데, 좋을수록 유리하긴 해요.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제가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도착해서 헤롱거린다면 전장에서 무기가 약화돼 있는 꼴인 거죠. 실제로 같이 일하는 업계 분들 중에 체력이 안 좋아서 항상 현장에 가서 아픈 사람들이 있어요. 감기, 몸살, 배탈 나는 분도 있고요. 스스로 몸을 만들어 놓는 게 준비 자세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체력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여담인데, 조금 연배가 있거나 사장님들은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깐느를 가면 아파트를 렌트해서 장기 투숙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파트에서는 취사가 가능하니까 한국에서 음식을 한 박스 싸서 가세요. 라면, 쌀, 김치, 반찬 등을 다 싸가는 분들도 꽤 많아요. 만약 그런 사장님과 동행한다면 처음에는 막내니까 밥을 짓게 되는 일이 생겨요. 마켓에 가서 아침밥을 하고 왔다거나 설거지를 하고 왔다는 사람도 봤어요. 

다음호에는 ‘외화 수입의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질문을 받아볼까요?


Q) 마켓 출장을 가기 전에 회사 안에서 전략 회의를 하나요?

A) 그럼요. 출장 가는 직원이 만든 리스트를 회사 대표가 확인한 뒤 우리의 최종 리스트를 만들죠. 살 수 있는 금액인지 예산도 체크하고요.     

Q) 현장에서 수입에 대한 결정을 직접 하나요?

A) 그건 회사마다 다릅니다. 대표와 같이 출장을 가지 않을 경우, 출장 전에 구두로 1차 보고를 합니다. 어떤 작품들을 볼 예정이고, 출장 가서는 현장 상황과 함께 가격을 어느 정도 써야 할지 연락해 컨펌을 받습니다. 물론 직원의 의견에 얼마나 많이 힘을 실어주느냐는 회사마다 다르겠죠.      

Q) 경쟁은 우리나라 회사들끼리만 하는 건가요?

A) 우리나라 영역에 대한 판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테리터리(Territory)에 ‘Korea’라고 되어 있거든요. 모 수입사의 경우는 예를 들어 어떤 이유가 있어서 몇개의 나라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이, 베트남, 한국 이렇게 같이 묶어서. 대부분은 한국만 사죠. Korea로 되어 있는.

Q) 가격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나요? 경매식인가요?

A) 수산물 시장처럼 대놓고 가격을 들지는 않지만, 각각 개별로 미팅을 통해 내 가격이 넘어갑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경매처럼 느껴지는 거긴 하겠죠. 티캐스트란 회사는 얼마 넣었고, 그린나래란 회사는 얼마 넣었어. 그러면 그들끼리 판단을 하겠죠. ‘가격을 높게 부른 쪽에 영화를 줘야지, 이 회사가 좋으니 이쪽에 줄 거야, 같은 가격이면 얘한테 다시 가격을 높여달라고 요청해야지’ 이런 판단들이 생기죠. 오픈 경매는 아닌 거죠. 경쟁사들이 붙었는지 혹은 얼마를 넣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이 됩니다.     

Q) 현장에서 바로 돈을 주고받나요?

A) 현장에서 돈을 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인한 계약서를 바로 주고받을 수도 있고, 구두상 합의만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메일로 계약서가 오갈수도 있습니다. 서류 절차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은행을 통해 전자거래를 합니다. 20년 전인 80년대에 수입 일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실제로 007 가방에 현금을 들고 간 수입사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조금 의도적이기는 한 거죠. 나 지금 돈 있으니까 빨리 달라는 ‘쇼잉’ 말에요. 당시엔 지금처럼 은행 송금이 쉽지는 않았을 거고요.      

Q) 보통 이 정도 가격이다, 같은 영화에도 ‘시가’라는 게 있나요?

A) 이것도 경기의 흐름이나 매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예술영화의 경우, 대략 1만달러면 살 수 있던 때가 있었어요. IPTV까지 다 들어간 영화 한편의 All rights, 전체 판권을요. 한 10년 전까진 1천만원 정도에 미국영화 한편을 가지고 올 수도 있었고요. 지금은 물가가 높아진 탓도 있지만, 거품 현상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보다 경쟁사가 훨씬 많아졌어요. 정확치는 않지만 지난해 칸의 경우 한국 회사가 80~90여개 참가했다고 보면 돼요.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모든 회사가 다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랬을 때 대략 100여개 수입사가 경쟁한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그 말인즉 제가 신입으로 일할 때는 경쟁사 자체가 훨씬 적었거든요. 칸의 예를 들면 30~40개 회사가 마켓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국내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수입사는 10개 내외? 이렇게 딱 주요사들이 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도 물론 주요사는 수적으로 비슷하기는 해요. 주요사들 중에 흥행성적은 톱10이다 쳤을 때 걸러지기는 하는데 어쨌든 경쟁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불필요한 가격 거품이 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과열 경쟁이 더해지고 있고요. 

지금은 거의 5배 이상이에요. 예술영화도 마찬가지죠. 1등 하는 다양성영화는 당연히 축에도 못 낀달까. 왜냐하면 어느 정도 상업적인 요소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니콜 키드먼이 나오고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미국영화라면 싼 가격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본 투 비 블루>(2015)나 국내에서 박스오피스 안에 들었던 미국영화들은 예술영화라 해도 지금 현재 10만달러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리하자면, 금액을 정액화하기는 불가능하나 최근 시장 단가는 예술영화는 10~20만달러 정도로, 상업영화는 100~300만불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정리 이승재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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