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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Jun 19. 2017

시현하다, 너의 색깔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증명사진 작가

   

  


글 문재연 대학생 기자 / 사진 백종헌     


고등학생 시절, 학생증 위에 스티커를 붙여서 증명사진 속 내 얼굴을 가렸다. 증명사진은 영 자랑할 것이 못 됐다. 항상 너무 어색하게 나오거나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 나만의 분위기를 담아 예쁘게 찍어주는 사진관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 시현하다(@sihyunhada) 사진관. 지난해 9월에 ‘시현하다. 1천명 증명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올해 5월에는 300명 넘게 찍어 개인전을 열었다. 수백명의 색깔을 시현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김시현을 만났다.          


본명과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본명은 김시현, 나이는 스물다섯살입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되었나요.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초·중·고 합쳐서 7번 정도? 게다가 외동이고요. 혼자 있으니까 컴퓨터를 많이 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 포토숍에 재미가 들렸어요. 그때는 포토숍 클럽에서 자료 공유하고 배우고 그런 것들을 재밌어했어요. 부모님이 칭찬도 해주니 ‘아, 이게 내가 칭찬을 받는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고요. 이때가 한창 싸이월드할 때였는데, 제가 친구들 사진을 찍고 보정해주는 게 조금 빨랐어요. 그러다보니 항상 제가 사진을 맡아서 해줬죠. 초상화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같이 병행했고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증명사진을 찍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사진관을 차리고 싶어 했었어요.     

 

여느 증명사진하고는 달라요. (웃음증명사진을 개인의 색깔에 맞게 찍겠다는 컨셉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대학 와서 증명사진으로는 작업을 못할 줄 알았어요. 예쁜 이미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초상 이미지잖아요. 고민 끝에 상업사진가라고 스스로를 판단하고 광고쪽과 프로필 사진 일만 병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공간 291’을 진행하는 교수님께서 “넌 작업 안 하냐. 작업은 갤러리로도 가는 게 있고 박물관으로도 가는 것도 있다. 네가 한 시대의 기록을 증명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그 증명사진이 너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증명사진도 작업이 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죠. 근데 증명사진이란 말이 이상하더라고요. 널 ‘증명’할 사진인데, 그 단가에서는 같은 세팅 값에서 사람들을 찍을 수밖에 없고.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작업이 되었으면 하고 고민하던 차에 생각난 것이 배경색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제 학생증은 배경이 파란색이었거든요. 옛날에 스튜디오들이 같은 세팅 값이지만 얼굴을 좀더 환해 보이게 하기 위해 파란 색상에 흰색 그러데이션이 있는 배경을 썼거든요. ‘그렇다면 색깔 배경이 가능할 텐데 왜 안 되지?’ ‘컬러 단색 배경이면 상관이 없지 않을까?’ ‘인물이 잘 보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규정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시행착오를 거쳐 다행히 된다고 판명이 났어요. 배경색만큼 이미지를 좌우하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의 개성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배경색으로 각자의 색을 표현한 증명사진을 찍어보자에 도달했어요. 


시현하다.’ 이름이 중의적이에요본명이기도 하고 뒤에 '하다'를 붙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든 듯하네요

내 이름을 건 제대로 된 증명사진 작업을 하고 싶어서 계속 고민했어요. 저도 멋있는 예명을 갖고 싶었거든요. 제 이름이 ‘베풀 시’ ‘어질 현’인데 여기서 연상되는 다른 예쁜 이름도 없고 영어 이름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본명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시현’으로 검색하니까 ‘시현하다’라는 동사밖에 없더라고요. 뜻이 ‘나타내 보이다’ ‘보여주다’니까 제 좌우명과도 잘 어울려 ‘최소한에서 최대한으로 시현하다’로 걸어버리고 진행하고 있어요.     


좌우명이 최소한에서 최대한으로 시현하다인가요.

원래는 ‘최소한에서 최대한으로’ 까지가 좌우명이었어요. 혹시, 좀 옛날 건데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만화 아세요?! 가난한데 좋은 학교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이 주인공인데, 그 주인공의 좌우명이 ‘최소한에서 최대한으로’였어요. 제가 그 말에 되게 감명을 받았어요. 증명사진도 비슷하다고 봐요. 같은 틀이 있는데 그 틀 안에서 최대한으로 이 사람의 개성을 뽑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면 증명사진은 잘 나오기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일반인들은 더더욱요. 그래서 그 연장선에서 초상화나 인체해부학이나 얼굴뼈를 공부하려고 했었고요. 제가 잘할 수 있다고 마음먹은 부분에서 최소한에서 최대한으로 끌어보자, 그리고 그걸 시현하자. 그래서 지금의 제 슬로건이 됐어요.      


대학에서도 사진을 전공하고 있어요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본인이 하고 싶은 사진 사이의 충돌은 없나요.

사진 업계에선 증명사진은 사진으로 인정받지 못해요. 고등학생 때 사진관 하겠다고 했을 때도 어른들은 주로 ‘뭔 꿈이 그렇게 작냐, 대학 가보고 판단해라, 가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좋은 스튜디오 가서 일을 해봐라’ 식의 반응이었어요. 어떤 교수님은 ‘공장 식으로 찍어내는 사진이 무슨 사진이냐, 도장 찍기 식이지’, ‘그건 사업이지’라고 말씀하세요. 졸업작품으로 증명사진 작업을 하고 싶어도 ‘이거 상업 사진이지 이게 무슨 작업이냐’ 하시죠. 학교 다니면서 지원도 없고 병행하기 힘들겠다 싶어서 지금은 휴학했어요.


예약부터 촬영까지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처음 페이스북으로 활동할 때는 선착순으로 일대일로 일정을 잡았는데 인원이 많아지면서 힘들어졌어요. 지금은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차용해, 한달에 한번 오픈하면 그 시간대 맞게 예약하고 예약 완료되면 제가 모든 예약자 분들에게 주의사항과 챙겨야 할 것을 문자로 보내드려요. 가장 먼저 배경색을 골라와야 해요. 보통 두세개 정도 골라오는데, 어떻게 보여지고 싶으냐고 한번 더 물어봐요. 색마다 주는 고유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차분하고 청순하게 찍고 싶다 하면 쿨톤 컬러로 가는 게 맞고요. 배경색을 정하고 나면 같이 촬영을 진행하고  일대일로 보정하고 그 자리에서 뽑아서 주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의 실물과 포토숍으로 보정 작업하는 건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 중점을 두나요.

전 뻥 터트린 조명으로 망원렌즈 당겨서 상반신을 찍은 원본사진이 당사자라고 생각 안 해요. 눈으로 봤을 때 다양한 모습을 보고 그의 개성을 파악하는데, 피부가 다 드러난 그 한 장의 원본이 그를 나타낸다고 생각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딴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지는 않아요. 내가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의 분위기를 끌어가는 정도의 선으로 맞춰요. 나중에 친구들에게 보여줘도 부끄러울 것 같고. 항상 그런 말을 하면서 같이 가이드를 잡아나가요. 여자 분들은 더도 덜도 말고 자기 셀카만큼만 잡아가도 충분해요. (웃음) 제 또래 여자들이니까요.   

  

작업한 사진을 보면 개인의 컬러는 흔히 말하는 웜톤 쿨톤이 기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단순히 피부에 잘 받는 색이 아닌 그 사람의 개성을 보여줄 모든 색상을 사용해요. 당신의 색, 즉 ‘퍼스널 컬러’라는 단어가 요즘은 통상 ‘가을 웜톤, 봄 브라이트 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요. 저는 그게 아니라 ‘너의 색깔’ ‘너가 생각하는 너 자신의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 이 스펙트럼상의 색만을 말하고 싶었어요. 웜톤인 사람이 샛파란색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 색도 생각보다 잘 어울려요. 얼굴에 맞지 않으면 포토숍으로 맞게 만들면 돼요. 컬러 선택도 다 트렌드가 있어요. 처음 작업을 가을겨울에 시작했는데 그때는 버건디, 짙은 녹색을 많이들 골랐어요. 근데 봄여름이 되니까 바로 핑크, 연두, 노란색으로 바뀌었어요. 1년치를 모아보면 어느 색을 더 많이 소비했는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산 제약이 없다면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솔직히 서울에 살지 않고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사진관을 차리고 싶고요. 제가 생각했던 제 직업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 정도 퇴근하고, 아기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인 제 사진관이에요. 부부가 같이하는.      


존경하는 사진작가가 있나요.

임수식 작가님. 아까 말씀 드린 ‘공간 291’ 진행하시는 교수님. 제 증명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생각을 던져주신 분이에요. 스쳐 지나가는 했던 그분의 말이 제 삶의 방향이 되었던 것 같아요. 1학년 때부터 제가 이것저것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많이 올렸는데 ‘너무 소비적으로 촬영되는 사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 말을 듣고 ‘이 사진들이 찍고 없어지는 사진이 되는구나’를 고민했고 그래서 제 증명사진의 가치를 더 깊게 생각하게 됐어요. ‘작업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라는 조언은 ‘시현하다’를 이끌어준 말이에요. 증명사진이 내 삶의 큰 부분이고, 사진을 하게 된 모든 개연성이 증명사진에 있으니까 이 작업을 내 작업으로 해도 되겠다고 마음먹게 해준 분이에요. 5월에 있었던 개인전도 하게 해주셨고요. 

    

궁극적으로 사진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어느 정도 실력이 된다면 최종적으로 잘하고 싶은 거는 가족사진이에요. 네명을 동시에 한번에 잘 찍기가 어려워요. 지금은 제 또래만 찍고 있는데, 40대를 찍는 거는 조금 걱정이에요. 자연스러움 주름을 해칠까봐. 예쁜 미소나 이런 부분은 제가 아직 그 나이가 안 돼봐서 잘 못 느낄까봐. 그런 것들을 실력이 보안되면 하고 싶고요. 가족사진은 한번 찍으면 누군가의 벽에 걸려서 평생 간직되잖아요. 궁극적으로는 그런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 사진관, 사진공방을 하고 싶어요. 사진이 어려운 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사진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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