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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May 11. 2021

<서평>_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 없다

제목: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작가: 이소영

출판사: 홍익출판사

저는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두 번째 읽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과는  다른 형식의 모지스 할머니 책을 한 권 더 빌렸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 + 작가 에세이 + 화가 삶에 대한 이야기' 이런 방식을 띄는 책에 흥미가 있었던 건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 살기도, 어딘가에 취업해 디자이너로 살자니 겉도는 느낌이 들어 헤매다 멈춘 곳이 서울시립미술관이었다고 합니다.

작품을 해설하고 전달하는 '도슨트' 글을 쓰고 화가들의 그림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며 그곳의 열린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합니다.


우연, 동시성에 관해 어제저녁 아들 녀석에게,


"이리 와 봐. 신기해. 엄마랑 비슷한 사람 여기 또 있어. 어떻게 이렇게 비슷하지?"

"엄마랑 진짜 똑같다. 신기해"


물론 저는 스물 중반 웹디자이너로 우리나라 크고 굵직한 미술관, 박물관 사이트 디자인에 참여했고 전공이 아까워 프랑스 유학이란 것도 다녀왔고 쇼핑몰 대표로도 있었고 디자인 회사 실장으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지내다 인생의 경로를 틀게 된 사람이죠.

스스로가 아는 저는 끝까지 무언갈 해내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남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점.

그간 해오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프랑스에서 봤던 그 흰머리의 멋진 도슨트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

이제는 그 일을 선택해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야 할 나이.

책을 좋아하고 미술관 가는걸 너무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 있는 시간들을 애정 하는 저는 화가들에 대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고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미술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저는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다시 밟아가는 중입니다.

이 글을 쓴 작가도 그랬듯 그렇게 찾은 사람이 늦게 시작해 빛을 본 평범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좋은 기운으로 모지스 할머니에 관해 제가 읽은 두 번째 책.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_책 속에서


그녀의 그림이 진솔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거짓이 없어서다.

그녀가 본 것, 어릴 적 겪었던 이야기, 농장에서 지내던 추억, 세 살 때 처음 배운 것, 가정부로 지내며 겪었던 일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그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이 그림 속에 있다.

나도 그녀처럼 내 삶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를 '진실함'이라 믿으며 살고 있다.



노인의 지혜는 전체를 보는 시각에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노인학 연구에 의하면 시력과 기억력이 떨어질수록 전체적인 맥락을 보는 지혜가 깊어진다고 한다.


넘어져도 무조건 일어나라고 섣부른 응원만 하는 게 아니다.

일단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니,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늘의 행복을 잘 느끼고 함께 내일을 이야기해 보자고 말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뎌나가는 삶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즐기는 삶.

그녀가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이다.


그녀의 그림은 나에게 말한다

내가 가진 것들을 세세히 열거해보라고,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_글을 읽고


모지스 할머니의 글 중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지으며 아이 없을 때 다시 읽었던 대목이 있어요.


"나는 셰넌도어 밸리에 다섯 개의 작은 무덤을 두고 왔습니다."-모지스 할머니


10명의 자식을 낳고 5명의 자식을 가슴에 묻으며 살았던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다.

반짝일 필요 없다.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 없다.

_버지니아 울프


미술사적으로 '나이브 아트 'Naive Art' 소박파(素朴派)는 그림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을 일컫습니다.


할머니는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자신의 기억으로 가장 완벽한 기억 저장법인 그림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것과 그림을 그려서 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하던 일 멈추고 다른 길 찾는 제가 자꾸 "늦었는데 어떻게 하지?"라며 조바심이 날 때면 생각나는, 100년도 전에 있었던 할머니의 이야기들이 저에겐 커다란 울림을 주곤 합니다.

복사품이지만 할머니 그림도 한 점 사서 저희 집 거실에 걸어두고 마음이 조급하거나 일상이 불만족스러울 때마다 보게 되도록, 올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가 나에게 직접 해보자.'

연 이틀을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만 읽었고 이제 또 다른 선각자로 시대를 앞서 갔던 나혜석의 책과 사랑에 빠질 시간이네요.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는 건 내가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읽으세요.

작은 마음으로도 행복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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