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소통하는 '적당한 선', 훈데르트 바서

우리가 예술을 멈출 수 없는 이유

by 김상래
훈데르트바서_미술에세이.jpeg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1928–2000)

도서관 4회차 수업이 막을 내렸다. 매주 화요일마다 오전과 오후, 집 근처에서 마도까지 이어지는 강의. 이론과 실기를 연구, 고민하고 준비했던 시간들 끝에, 내 마음에 남은 건 결국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내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곁을 내어주는 이들이 많았으니,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다. 행운은 지금의 강의 현장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내 곁에 결이 고운 사람들이 남는 건, 아마도 우리가 타인의 글과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의 가장 깊은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한다. 사람 사이가 너무 가까워지면 원치 않는 소음이 들리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을 뱉으므로 피로감이 생긴다. 글을 쓰고 미술 활동 안에서 우리는 상대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 적당한 '선'의 유지가 참 좋다.

이번 강의를 함께한 사서님에게도 따스한 결을 느꼈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날 내어준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쾌차 후 건네준 민트차 한 잔에는 백 마디 말보다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 "회마다 좋은 수업으로 다양한 영감을 받는 힐링의 시간"이라는 사서님의 메시지는 나를 춤추게 했다. 연구실에 박혀 커리큘럼을 짜던 날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강의 연차가 쌓이면서 이제는 수강생들의 분위기만 봐도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앉아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더 쓰인다. 그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이 내 수업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나누게 된다.

마지막 회차를 준비하며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자로 잰 듯한 직선이 없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유기적인 선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조화를 이룬다. 이는 마치 우리가 수업 시간 내내 지켜왔던 '적절한 거리'와 닮아 있다.

나는 이번 강의가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정해진 답을 향해 가는 시간이 아니길 원했다. 그보다는 수강생들이 내면에 나도 모르게 자리 잡은 무의식을 조심스럽게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 안에서 발견하는 형상들은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타당한 이유와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함께한 분들이 쏟아낸 무의식의 흔적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것, 그러면서도 서로의 무의식을 긍정하며 영감을 주고받는 것. 내가 꿈꾸는 '자연스러운 공존'이자 내가 예술 교육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다. 화려한 색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면서도 '전체'라는 하나의 숲을 이루듯, 나 또한 강의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빛을 지닌 사람들을 만난다.

연구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므로 기억한다. 나는 훈데르트바서의 선처럼 유연하고도 단단한 거리를 긍정하며 다음 강의를 준비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힐링 강의를 더 깊이 연구하고 기획하려 한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이 여정을, 나는 앞으로도 씩씩하게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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