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by 김상래
다운로드_(2).jpg 조지아 오키프
"내가 꽃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려야 했을 테니까.
나는 그 꽃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을 그려내려고 했다.

나는 꽃을 아주 크게 그렸다.
사람들은 놀라서 그림을 바라보았고,
그걸 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내가 꽃 속에서 본 것을
아무리 바쁜 뉴요커들이라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보게 했다."

_조지아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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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

눈에 보이는 사물을 자신의 뛰는 심장만큼이나 확대해 그린 미국의 여성 화가. 나는 여성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 옛날 여성들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혜석의 삶을, 프리다 칼로의 삶을, 카미유 클로델과 조지아 오키프, 파울라와 잔느 에뷔테른까지 수많은 그녀들을 확대해 들여다보곤 한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카미유 클로델’을 줄여 만든 ‘까뮤’를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있다. 유별나고 특이하고 고집스럽고 누굴 닮아 그러냐는 소리를 듣고 자라면 그리 자라게 된다. 그리 자란 아이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법. 1800년대, 1900년대를 유별나게 앞서갔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시대는 분명 바뀌었는데 왜 여전히 그녀들을 가슴에만 담아둔 채 나는 아직 그녀가 되지 않은 걸까? 왜 그녀가 되지 못한 걸까? 총포를 들고 지붕을 넘나드는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이 왜 나는 될 수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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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늘 그렇게 중립을 지키며 살았다.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손해 보듯 살아야 한다.'

'남들 눈에 너무 드러나서는 안 된다.'


공부에 특별하게 취미가 있는 학생도 아니었고 그림을 그린다고는 했지만, 중학교 이후론 두각을 나타낼 정도도 아니었다. 책을 좋아해서 밤새 독서를 한다고는 했지만, 글을 써서 무언갈 해볼 생각도 못 했다. 안 했다. 유별나고 고집스럽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남들 눈에 두드러지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독립투사의 마음만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일은 한여름 미지근한 바람처럼 특별하지 않게 흘러가 버린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돈과 자기만의 방' 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여성 화가 '메리 커샛'처럼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면서까지 내 인생만 찾지도 못했다. ‘너 자신을 속이고 사랑받느니, 너 자신을 드러내고 미움받는 게 낫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용감하지도 못하다. 그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샤갈처럼 가족의 행복을 느끼며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갈 방도는 없는 걸까?

모지스 할머니처럼, 로즈 와일리 할머니처럼, 해리 리버먼 할아버지처럼 살아가는 건 어떨까? 신랑도 챙기고 아이도 돌보며 젊은 날을 두루두루 보내고 내게 온전한 시간이 허락된 그때 나를 펼칠 수는 없는 걸까? 그러면 어떨까? 나는 그때도 열정이 남아 있을까? 나는 그때 존재하고 있을까?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라고 천명관 작가는 '고래'에서 말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씀으로 내 하나의 상처를 덜어내고 나면 좀 더 온전한 나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궁둥이를 무겁게 붙이고 글을 쓴다.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내 살아감에 목표는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더 풍성하게 존재하는 거니까.


내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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