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고유한 아이. 내 하루의 시작과 끝에 언제나 존재하는 내 삶의 이유. 유별나게 엄마를 밝히는 아이. 우연히 TV 광고에서 나오는 ‘훈데르트바서’ 전을 보더니 전시회를 가자고 졸라대던 7살의 아이 덕분에 나의 도슨트로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키우면서 떼쓰거나 특별히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던 아이. 아이를 키우며 짬짬이 일을 했다. 다른 사람 손 타는 것이 싫어 회의를 갈 때도 데리고 다녔다. 방통대에 등록해 '불어불문학' 공부를 시작할 때도 재우면 바로 골아 떨어졌다. 그 덕에 공부 할 수 있었다. 일도 공부도 모두 놓았던 몇 년은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했다. 특히, 코로나가 넓게 퍼져 있던 내 행동 패턴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품속 공간으로 가져 오게 만들었다. 온전히 가족과 나에게 집중하는 계기로 만들어 주었다. 나는 참 만족스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보다 더 내 곁을, 나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나 싶게도 감사한 나날. 그리고 늘 가슴 한편에 소망했던 일. 도서관을 다니며 옆에 쌓아두고 읽었던 책 덕분에 글을 쓸 기회가 주어졌다. 이 또한 미치도록 갈망하던 일이라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쿵쾅‘ 거렸다. 나는 그런 사람인 거다. 가슴이 뛰어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마치 여전사의 피를 잔뜩 머금은 것 마냥 도전하고 이루고 실패해도 우선 시작해야 하는 여전히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인 거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친구들과 스탠드에 앉아 주고받는 시와 편지로 나름의 낭만스러운 여중, 여고 생활을 했다. 대학에선 전망이 좋을 거라던 film & video 과를 선택해 문화충격을 받으며 업그레이드 기간을 거쳤다. 졸업 후엔 우리나라의 굵직한 미술관, 박물관 홈페이지 디자인을 했다. 여전히 뛰는 뜨거운 피를 토해낼 수 없음에 안달이나 프랑스로 유학이라는 것도 다녀왔다.
젊은 시절, 그대가 파리에 살아보는 행운을 누렸다면 그 후 세상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든,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남은 생 동안 그대 곁에 머물게 되리라
-헤밍웨이
헤밍웨이에게 파리에서 보낸 7년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파리에서의 3년이 있었다. 유별남이 장점이 되는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파리지엥 흉내도 내봤다. 그때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의 ‘투멤’,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지금으로 말하면 굉장한 인싸 정도) 지냈었고 쇼핑몰 대표도 했었다. 뒤돌아보면 늘 무언가를 시작하고 느끼고 또 도전하고 그 맛을 느낀 뒤에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삶을 살았다. 마치 임민욱 작가의 ‘솔기’처럼 무언가의 끝엔 시작이 있었다.
서른넷.
쇼핑몰 운영 당시 4살이나 어린, 그것도 학생 신분의 신랑을 만났다. 연애에 빠져 쇼핑몰을 접고 다시 디자인 회사에 취직해 문래동, 밖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층, 내 개인 방을 가진 디자인 실장으로도 있었다. 3년을 힘겹게 연애의 시기를 거쳐 신랑의 당당한 대기업 입사와 동시 결혼을 했다.
서른다섯.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내 생애 이유인 아이를 만났다. 출산은 힘겨운 시간이었고 몸 상태는 빨리 회복되지 않아 정신으로 부여잡기엔 몸이 너무 말을 듣지 않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
아이가 생기며 나는 어른이 되어갔다. 참는 법을 배우고 도전하던 것을 조금 미루고 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커다란 미래의 희망인지 알게 되면서 더 열심히 아이에게, 육아에 집중했다. 결혼, 육아도 나에겐 도전이었나 보다.
기왕이면 열렬히!!!
온갖 육아서적부터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우는 법' 관련 책을 잔뜩 쌓아 두고 읽는 나를 발견했다. 신념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해졌으니 또 새로운 도전을 찾은 거다.
그래서 여기!
아이가 태어나면 내 꿈은 포기하게 되는 줄 알았다. 아이로 인해 더 힘차게 달리고 있는 지금의 기분이 황홀하다. 때때로 아이가 내 마음과 같지 않다고 걱정하지 말고 나를 보고 나로 인해 그대로 행동하고 있음에 조심하고 걱정하자. 아이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존재니까. 아이에게 영원한 선물은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의 귀와 마음을 열어 놓는 것이다.
밝디 밝은 아이야. 찬란한 세상에 너 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있기나 할까. 부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쉬이 부서지지 말고 빛으로 살아주기를 네 인생을 뜨겁게 살기를 엄마는 기도할게.
_엄마가
삶에는 언제나 그것이 진리라고 믿는 그 순간 비로소 진실이 되는 것이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 시간.
“엄마는 유한이를 만난 게 하늘의 뜻 같아.
내 소중한 꿈도 이루며 살라고 신이 주신 선물 같아.”
그것은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 나에게 우울한 날 없었을까? 무서웠던 암흑의 시간을 제칠만큼 현재 내 옆의 아이를 너무도 사랑한다. 나의 가족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선으로, 가장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고 가장 뛰놀기 좋은 방목의 현장으로 이끌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