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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시루 Feb 18. 2024

카이스트를 왜 가? 의대 가야지!?

한국에서 동창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나보다 결혼도 출산도 몇년 빠른 친구에겐 소위 '엄친아' 아들이 있는데

공부를 잘해서 과학고 2년만에 졸업해서 서울대를 가느냐, 카이스트를 가느냐를 고민중에 있는데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된다고 했다.

친구의 아들은 어릴때부터 순둥이에 성실한 편이라 과외 한번 받은 적 없는 아이인데

과학쪽 관심이 많아서 그쪽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아들이 어느 대학을 갈지 궁금해하던 이웃이나 같은 반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데 무슨 과학자를 시켜. 말도 안돼. 의대가서 의사돼야지. 1년 재수시키고 의대 보내'라고 한다고 했다.

(알다시피 과학고 출신은 바로 의대를 지원할 수 없다. 정부가 과학자 양성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는 특수학교인만큼 그 취지에 맞는 과학관련 전공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공부 잘하는 애는 의대 가야지 



그래서 꿈이 아무리 과학자여도 성적이 좋으면 의대를 가는게 최선이라는 어른들의 생각, 사회적인 통념으로 과학고 출신 아이들은 실제로 재수를 하고 의대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유는 의사가 고소득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때문에 아이가 원하던 진로를 변경해야하는지 친구는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거의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이니깐 헷갈린다고 했다.  

이쯤이면 팔랑귀가 아니어도 고민될 듯도 싶다. 

내 아이라면... 하고 곰곰히 생각해도 나는 왠지 그 뻔한 정답지가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뭘 모르는 소리하네... 라고 대대손손 의사집안 누군가가 한소리 할지도 모르지만

미래에도 여전히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뒤 친구가 소식을 전해왔다.


"공부도 지가 알아서 했는데.. 지 인생 지가 좋아하는거 하는게 안맞겠나"


그리고 지금 그 아이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지도교수님 아래서 과학자의 꿈을 잘 키워나가는 중이다.

장담컨대 10년정도 후면 그 아이 이름이 과학저널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거나,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인류사회에 필요한 유의미한 연구들을 열심히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첫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딱 10년후 미국 프로골프선수 45위 중 한국선수가 38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박세리 선수가 골프로 성공신화를 보여주었듯이 우리나라 각분야에 숨어있는 재능천재들이 각자의 성공스토리를 많이 공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초등학생 의대입시반' 같은 학원에 기웃거리는 한명의 아이라도 구제했으면 좋겠다.

요즘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인 유튜버 <빠니보틀>처럼, 

중요한 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찾고 시도해보는 것. 그러다보면 그 분야에서 천재가 되거나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과도 이룰수 있을거라 믿는다.  

나의 아이도 그렇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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