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Jan 26. 2023

내가 쉬면 세상도 쉰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지난 3년간 부모님은 너무나 몸과 맘이 약해지셨다. 3년 전만 해도 이렇진 않았는데 아빠는 매사에 자신감을 잃으셨고 자주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구순이 훌쩍 넘은 외할머니 수발에 몸과 마음이 망가져 바닥 없이 추락하는 중이셨다. 스트레스가 부정맥을 악화시켜 위급한 상황에 이르시기도 하셨다.   




이곳 캐나다에서 내 밥벌이는 비서다. 대학교 행정직원으로 정식 직함은 Executive assistant to the Dean이다. 주정부의 post secondary education 예산 축소로 우리 대학은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조직 변화와 이로 인한 인원 감축이 있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직원들은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고 강요당했다. 일이 진행이 되든 말든 나는 내 할 일만 할 거야라고 선을 긋고 팔짱 끼고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인 반면, 리더십 그룹은 축소된 조직과 너덜너덜해진 직원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일을 진행시켜야 하기에 업무시간 이외에도 몸 바쳐 일을 했다. 나는 이 중간에 끼어서 리더십 그룹과 일을 하므로, 리더십 그룹은 아니지만 그들의 기대치는 높았고 (그들이 희생해서 일하는 것처럼, 나도 그에 맞춰 일을 진행시켜 주길 바랐다) 최근 이직한 사람으로 새로운 업무까지 배워서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다. 더 힘든 건 영어가 많이 부족한 내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와 동시에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Dean과 함께 일하는 것, 정말 힘들었다.




3주 동안의 한국방문 휴가를 위해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몇 주간 나의 직장생활은 전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며 직장생활도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 바빴던 가정생활도 모두 잊었다. 그리고 3주간 에너지가 쑥 빠져나간 울 엄마아빠에게 재롱도 떨고 셋이서 여행도 하고 맛집탐방도 하고 광주무등산도 올랐다. 엄마아빠랑 떠난 여수 1박 2일 여행, 호텔방 블라인드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라.

세상이 나를 괴롭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쉬면 세상도 쉰다.





놀랍게도 내가 쉬자 세상도 쉬었다. 바쁜 삶 속에 쉼, 이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하다.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은 세상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